장마를 기다리며
2015. 7. 3. 04:40
어김없이 돌아온 여름 오늘이 며칠인지를 세어보며 장마를 기다린다 8월의 무성한 풀들 위로 쏟아지던 큰 비- 한낮의 쉼없이 내리치는 빗줄기와 옅게 깔린 안개들, 첨벙거리는 물웅덩이와 우산을 뚫어내는 소리들 그 요란 속에 세상은 되려 고요해지곤 했었다 유예하고 싶은 무언가 있을 때 장마를 기다렸다 그 무언가가 무언지는 늘상 애매했으므로 어두운 방 혹은 이불 밑으로 숨어들곤 했으나 왜인지 요즘은 당당히 나날의 하늘을 살핀다 바라는 건 어쩌면 순수한 여름날의 장마 라고 말했고, 종이와 크레파스는 쓰여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가장 먼저 우산 든 남자를 그렸고, 그 위로 거센 비를 내리게 했고, 그 옆으로 바다를 그렸다…… 라고 설명해줬지만 금새 잊어버렸다 장마가 시작되는 정오의 한 가운데로 뛰어든다 거세게 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