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 번째 향상 음악회가 끝났습니다. 방학부터 준비했던 마음에 드는 두 곡으로 연주를 마쳤습니다. 평소만큼 못한 것에 아쉬움이 크게 남지만 지난번 연주보다 노래하는 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연주 며칠전까지는 미치도록 연주가 하기 싫어졌다가 연주가 끝나면 또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2.
도서관에 신청한 책들이 드디어 입수되었습니다. 시립대를 다닐 때에는 웰니스센터의 실내 테니스장의 덕을 가장 크게 봤다면 건대로 와서는 도서관의 덕을 가장 크게 보고 있습니다. 아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책을 읽어나가는 것은 참 기분 좋습니다.
3.
학과 통폐합 문제로 학교가 시끄러웠습니다. 해당 학과의 몇몇 학생들은 철야시위를 벌이기도 하고 행정관을 점거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언젠가부터 너무 바깥 일들에 무심해진 건 아닌지 생각해봤습니다. 하지만 예전과 지금을 비교해본다면 지금이 훨씬 마음의 풍족함을 느끼고 행복하기에 잘못 가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나부터 행복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변화는 없습니다.
4.
꽃은 너무나도 빨리 집니다. 바람에 날리는 벚꽃은 너무나도 아름답지만 그건 곧 꽃이 지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바닥으로 떨어진 꽃들은 비에 씻겨져 내려가는 흙보다도 못해 더러워지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꽃들이 부럽습니다. 한 번만이라도 꽃을 피워봤으면 좋겠습니다.
5.
악기 연주에는 그렇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기본으로 받았던 리드에서 드디어 새로운 리드로 바꾸게 됐지만 클라리넷에 대한 흥미는 오히려 처음보다 떨어지고 있습니다. 역시 성악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1년을 넘게 쉬지 않고 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너무 좋습니다.
6.
감기가 나은지 채 한 달이 되기도 전에 또다시 감기에 걸렸습니다. 옮을 것을 알면서도 그냥 옮았습니다. 내일 연습에서는 입도 뻥긋 못할 것 같습니다. 덕분에 한 주동안 연습한 것이 물거품이 됐습니다. 목이 많이 부어올라 불편합니다. 몸 관리를 하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나지만 한편으론 너무나도 정돈된 결벽으로부터 벗어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그렇다 치더라도 이대로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무리를 하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7.
이 죄책감들은 뭔지 모르겠습니다. 저지르지도 않은 일들이 반복되어 나타나자 기억마저 혼란스럽습니다. 어느 한곳에 기대야만 편히 쉴 수 있게 되는 걸까요. 그날에 어렴풋이 깨어났을 때 그때의 느낌을 잊지 못합니다. 그 기억 때문에 자꾸만 빈자리가 보이고 그래서 쓸쓸함을 느끼게 됩니다.
8.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말이라면 수긍하겠으나 대안을 염두에 둔 말이라면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한 점만을 응시한 채 걸어간다 한들 한 치의 오차 없이 걸어갈 수는 없습니다. 난 그저 무식하게 할 생각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게 살기로 했습니다.
9.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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