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질럽혀진 검은 방으로 들어간다
한 번도 열린적 없었던 투명한 창들과
힘겹게 반짝이는 잿빛 가루들이 있다
방치된 책상과 의자 외 침대 따위들과
비닐조차 뜯지 않은 소파와 쿠션들
한 켠으로는 텅 빈 액자들이 쌓여있고
벽면 가득히 걸려있는 시계들은
제각기 다른 시각을 가리킨다
오늘 새로 사온 액자를 한번 세워봤다
이내 액자 무더기들 위로 던져버렸다
새로 사온 시계도 한번 걸어봤다
시간을 맞춰볼까 하다 그만둬버렸다
갈수록 방은 무거워지고 어두워지며
이곳으로 오는 길은 멀어지고 깊어진다
더욱 더 까마득해지면 잊게 되는 걸까?
오늘도 이내 뒤돌아서 방문을 닫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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