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을 먹고 잠들었고 씻지도 않은 채 불도 끄지 못한 채 선잠에 들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상과 견주어도 결코 짧지 않을 긴 꿈이었고 그 중 하굣길의 한 장면을 남기려 한다. 하굣길인지 놀러갔던 것인지 아무튼 학교를 빠져나와 내려오고 있었다. 중국집 같은 것이 있어 배를 채울 요량으로 들어갔다. 오래된 중국집이었고 탁자들은 이리 저리 흩어져 벽면에 자유로이 배치돼 있었다. 나는 잠시 메뉴를 고민하다 사람 한 명을 만났다. 고3 담임선생님이셨다. 선생님께서는 아마도 짜장면 같은걸 이미 먹고 계셨다. 그리고 내게 그와 같은 메뉴를 먹으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돈을 쥐고 가슴팍에서 위로 들어올리듯 가져가라는 제스쳐를 취해 그 돈으로 선생님것과 내것을 함께 계산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곧이어 내것이 나왔다. 선생님께서는 계속 드시고 계셨고 우린 몇마디의 대화들을 나눴다. 모두가 돌아가고 난 초등학교의 서너시 정도 되는 시간의 고요함과도 같았다. 지는 햇살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가끔씩 날리는 먼지 보푸라기들이 보이고 아련한듯이 멀리서 주방의 소리가 들려오는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으셨다. 눈가에 잡힌 주름이 너무나도 부드럽고 자연스러워 인자함을 내보이고 있었다. 아마도 선생님께서는 '요즘 어떻게 지내니'와 같은 몇마디 말을 하셨고 나도 그에 몇마디 말들의 답을 했다. 곧이어 먼저 드신 선생님께서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나는 곧이어 꿈에서 깨어났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방금전 꿈 얘기를 전하며 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누워서 휴대폰 자판을 만지는 내내 양 눈가에서 눈물이 서너번은 얼굴을 타고 턱아래로 떨어졌다. 나에게 그런 따뜻한 시간들은 항상 아주 깊숙한 어린날의 기억처럼 아련한 것이다. 백발의 인자한 웃음을 잃지 않으셨던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문득 못 뵌지 참 오래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꿈에서 깨어나고 가장 먼저 눈물이 났던 것은 선생님께서 돌아가시기 전 내게 잠깐 들리신 것은 아니실까란 생각 때문이었다. 예전에 할머니께서도 똑같이 나오셨던 적이 있다. 바닥에 펴는 상이었고 할머니께서는 양은냄비에 라면을 끓여오셨다. 내가 끓여달라고 한 것인지 1인분만 끓여오셔서는 내 앞에 놓아주셨다. 먹기를 시작하자 언제부터인지 할머니뿐 아니라 어머니, 아버지께서도 상에 함께 앉아 내가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계셨다. 세 사람이서 나에 관한 애기를 하며 아주 즐거운 표정들을 지으셨고 내가 라면이 진짜 맛있게 끓여졌다고 하자 할머니께서는 내가 끓여달라고 한다면 언제든지 끓여줄 수 있지라고 말씀하셨다. 세 사람은 내가 라면을 다 먹을 때까지 그렇게 앉아 즐거운 표정으로 수다를 떨었다. 그때도 아마 잠에서 깬 것은 새벽이었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꿈에 초조해지기 시작한 나는 다음날 아침에 바로 어떤 핑계거리를 이유로 살아계신지 연락을 드렸었다. 다행히도 세 분은 건강히 살아계셨다. 선생님께서도 그래서 잘 계실거라 생각한다. 몇 년을 꿈속에서조차 나타나지 않으셨던 선생님이시지만 잘 계실거라 생각하고 믿고 싶다. 무슨 말을 해도 다 받아줄 것 같던 그러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