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뜰, 그리고 숲
2012. 8. 20. 23:29
한때 김윤아의 노래만 들었던 적이 있다. 그녀의 노래는 습하고 텁텁했다. 그것들을 오늘의 유일한 식량처럼 빨아마시곤 했다. 끊기지 않는 그녀의 노래는 잠들지 못하는 내게 자장가가 됐다. 하루는 날이 저문 채로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그러다 꿈을 꾼 것 같다. 잠든 것이 아님에도 꿈을 꿨다. 술을 마신 것이 아님에도 몽롱해졌다. 꿈속에서는 그녀의 정원이 보였다. 그곳은 초라했다. 식어버린 열정에 메마른 풀과 잡초, 가지들. 찢겨진 나비의 날개와도 같은 말라빠진 꽃잎들. 닳고 닳아 균열로 가득한 담벼락. 아스라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풍경. 희망처럼 비춰오는 햇살은 풍경의 색을 옅게 하여 한층 건조함을 더할 뿐이었다. 냄새도 소리도 색깔도 없는, 잃어버린, 정원, 뒤뜰. 그럼에도 난 그녀의 정원을 동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