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일들을 기억하는 것에 왜 그리 힘을 쓰냐는 말을 몇 번 들었다. 그때마다 내겐 그것이 중요하다 답했다. 당시의 생각과 마음가짐을 기억하려 한다. 그래야만 변화의 순간들을 포착할 수 있다. 오늘이 어제와 같고 이틀 전과 같고 또 일주일 전과 같은지를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건 같아야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시작은 무엇이었는가와 함께 전환점이 어디이며 그것의 계기는 무엇이었는가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이를 놓치면 흐름을 잃고 길을 잃게 된다. 문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에는 그때까지의 흐름을 읽어야만 쉽사리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거창하지 않더라도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생각해보는 것은 추억하는 것 그 자체로 유쾌함과 아련한 향수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난 지금에 음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음악이 좋아서, 노래 부르는 것이 좋아서가 그 이유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아지기를, 지금보다 나은 실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공부를 하고자 하는 마음 또한 그 이유다. 이런 내가 처음으로 노래를 잘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언제일까. 기억하기론 초등학생 고학년이 될 무렵부터다. 초등학생 때는 반장을 도맡아 했다. 저학년 때에는 반장을 하면 부모님께서 원하시는 걸 사주시고는 했기에 그 맛에 했고 고학년이 되어서는 선생님들께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했다. 난 반장도 하며 공부도 잘했고 운동도 잘했고 음악, 미술도 초등학생 수준에서 잘했다. 아이들에게서는 만능이라는 말을, 선생님들로부터는 무슨 일을 하든 성공할 것이다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들었다. 스스로도 그런 자신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이 있었다. 그런 내게 단 한 가지 불편한 순간이 있었다. 수학여행이나 소풍등에서 레크레이션 시간이면 반장들을 무대에 세워 춤추기를 시켰다. 대충 추고 내려오면 될 것인데 난 대충 춘다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뭐 어떻게든 그 순간들을 넘기긴 했지만 스스로에게 짜증이 나고 화가 났다. 완벽해지고 싶었다. 그런데 춤을 잘 춘다는 건 막막했다. 춤이라는 것에는 관심도 없었고 친한 친구들 중에 춤을 잘 추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다 또 어느 레크레이션이었던 것 같은데 사회자가 한 아이에게 춤을 시키자 그 아이는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다. '그래 바로 저거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노래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특훈을 하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친구들이나 부모님과 노래방이라도 갈 때면 연습이라도 하듯 열정적이고 열심히 노래를 부르게 됐다. 그런데 고학년이 되고보니 레크레이션에서 반장들을 불러세우거나 하는 진행은 더이상 하지 않았다. 그저 춤 잘 추는 아이들이 자원해서 무대로 올라가곤 했다. 결국 처음의 소기의 성과는 없었다. 그대신 다른 변화가 있었다. 대부분의 이들이 그렇겠지만 노래방에서라도 많은 이들 앞에서는 노래를 부를때 떨린다. 어릴 때에 친구들과 노래방을 갈 때에 그렇게 친하지 않은 아이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노래 부르는 것이 떨렸다. 그것을 극복하고 싶었다. 노래방을 갈 때마다 열심히 연습을 했다. 그리고 어느날 놀랍게도 모르는 아이들 투성이였음에도 전혀 떨리지가 않았다. '와 이거 좋다'라는 생각을 강하게 느꼈다. 어쩌면 이때에 처음 깨달았던 것 같다. 열심히 준비만 한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됐다. 노력으로 자신감을 성취했던 첫 순간이었다. 그 뒤로 노래방 가는 것이 더욱 즐거워졌고 노래 부르는 것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이 노래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노래를 잘 부르고 싶다고 생각했던 처음의 순간들에 관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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