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로에 대한 갈등은 일단락 되었다. 이제는 한 곳을 응시한 채 앞으로 나아간다. 도착점까지의 방향과 거리가 뚜렷이 보인다. 그리고 나의 부모는 그러한 나를 지지한다. 이것으로 문제는 일단락 되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5 년이 걸렸다. 지난 상담에서 그간의 시간을 중요 사건 위주로 정리해 거시적으로 살펴보기를 제안받았다. 그동안은 딱히 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하지 않고 있었다. 사건들을 취사선택하여 단순화 시키고 요약해 버린다면 후에 기억하는 건 이와 같이 단순화 시키고 요약해 버린 것들이 될 것이라 여겼다. 수많은 요인들과 미묘한 감정들은 잊혀지게될 것이라 염려했다. 그랬기에 제안을 받았을 때 어느 정도 거부감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 번도 이에 대해 정리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은 현재의 자신이 전체를 관망하는 힘을 잃어버리고 미시와 거시적 관점의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또한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5 년의 시간 중 진로 문제에 있어서의 중요 사건을 취사선택 하기란 쉽지 않았다. 대략 7~8 단계로 나누게 되었다. 1~5 단계 '자신의 뜻을 말함', '반대에 부딪힘', '뜻을 굽히지 않고 계속해서 저항',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 자신만의 논리 생성', '타협점 모색', 6 단계 '타협점 모색의 실패 & 무기력 상태', 7 단계 '다툼으로 인한 전환의 계기' 8 단계 '소통과 전환'의 단계이다. 기간으로 따져보면, 1~5 단계는 4 년 정도, 6 단계 6~7 개월, 7~8 단계 며칠. 정확하지는 않으나 지난 5 년 간의 흐름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단계는 곧 자신이 문제상황에 대처하는 자세였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불필요하거나 그 기간을 줄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냐고. 딱히 없다고 답했다. 항상 할 수 있는 최선을 행했으리라 스스로 믿고 있다. 그러나 전체 기간은 줄일 수 없을 지 몰라도 전체 중에 차지하는 비중을 '늘렸으면' 하는 시기는 있었다. 바로 6 단계, '무기력한 상태'였다. 이 시기는 꽤 의미가 크다. 아무것도 행할 수 없었기에 가장 많은 생각을 한 시기였고 결과적으로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게 된 시기다. 또한 그와 더불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때이고 그 깊이란 어마어마했다.
감정을 채 느끼기도 전에 행동하는 자신自身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이러한 모습은 정말 지양해야 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이는 노력을 통해 만들어낸 모습이기 때문이다. 중·고등학생 시절, 옳다고 믿는 일을 행하기가 어려운 것은 판단을 하고 행동을 하기까지 그 사이 수많은 잡생각들이 끼어들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자기자신의 논리에 따라 옳다고 판단되는 순간 그 즉시 행동하려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은 몇년간 끈질기게 지속되었으며 이제는 어느새 체득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지적 아닌 지적을 받은 것이다. 정말 지양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처음의 의문이 지금은 어느정도 해소되었다 말할 수 있다. 이번 진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무기력 상태'의 시기였다. 그 이전의 1~5 단계는 논리에 따라 '행동하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이 두 시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얼마나 자신의 감정에 대해 포용적이냐 하는 것이다.
논리에 따라 행함에 있어서 감정은 불필요한 방해요소였기에 꽁꽁 묶어둬야 했다. 그러나 무엇도 얽매임이 없는 상태에서 감정은 자유롭게 터져나왔고 이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솔직한 감정은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 되려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는 더욱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올해 상반기에 느꼈던 끝없는 공허함과 후회, 슬픔. 결국 이것들이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결정적인 실마리가 되었다. '행동하는 자신'과 '감정을 느끼는 자신', 둘 중 어느 하나를 택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써 불가능한 것일 지도 모르겠고 가능하다 하더라도 어리석은 짓일 지도 모르겠다. 현재의 자신은 분면 '행동하는 자신'에 치우쳐 있으며 이러한 모습에 익숙해져 있다. 지금의 모습도 나쁘지 않으나 더 나은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노력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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