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들어온 것이 2009년, 그리고 그 후로 지금까지 4년이 지났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4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은 잔인했다. 그동안의 시간은, 길게 느껴졌다기보다는 너무나도 크고 깊게 느껴졌다. 왜 그와 같이 느끼는 것인지 설명하기란 힘들었다. 단지 자신을 짓누르는 상황의 무게가 시간마저 짓눌러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 짐작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나의 시간은 멈춰버린 것이다. 고등학생 때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멈춰버렸다. 사실 진짜 멈춰버린 건 시간이 아니라 자신이였다. 여류如流라는 말처럼 시간은 언제나 흐르고 있었다. 그저 그 속에서 유영하며 함께 흘러가면 될 것을, 그러지 못했다. 미련 때문일까, 축축한 바닥 깊숙이 다리를 묻고 물의 흐름에 저항했다. 그렇게 버티고 있는 자신은 암초와도 같았다. 그러다 익숙해지고 적응하고 착각하고 망각하게 되었다. 물길은 원래 이렇게 거센 것이라, 이곳에 서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떠내려오던 많은 것들과 부딪히기 시작했다. 몇몇은 버티고 있던 그것에 걸려 한참을 머무르다 가기도, 또 몇몇은 생채기와 흠집을 내고 다시 떠내려가기도 했다. 그것들은 축적되어 갔다. 이를 견디고 피하기 위해서는 점점 더 깊숙이 자신을 파묻어야 했다. 자각하게 되었을 때는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처음의 작은 암초는 쓰레기 더미로 불어났고 그 아래에서는 음침한 밑바닥이 삼키려 들었다. 불필요한 것들만이 쌓여가고 자신은 침식해갔다.
언젠가 이런 글을 썼다. 마지막이라는 게 있고 나에게 역시 마지막 페이지가 있다면, 그 마지막 페이지의 마지막 문장은 '결국 그 모든 것은 나의 삶이었다.'라는 문장보다는 '결국 잃어버렸던 나의 삶을 되찾았다'라는 문장으로 끝나기를 바란다고. 그러한 글을 남긴 적이 있다. 그리고 바로 며칠전 나는 '언젠가 잃어버렸던 나의 삶을 되찾았다'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평생이 걸릴 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그러나 다행히 생각보다 빨리 모든 것을 되돌려놓을 수 있었다. 되돌린다거나 회복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단지 묻었던 다리를 빼내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사실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예전 같았으면 펄쩍펄쩍 뛰며 환호라도 지를 것 같았건만 되려 너무나도 차분하다. 그래도 변화된 자신은 당장에 느낄 수 있다. 이전까지 좋아했던 주제의 노래와 시와 글과 그림들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이해의 정도는 더 나아졌을지도 모르나 예전만큼 절실히 와닿지는 않는다. 변화된 자신은 참으로 생소하다. 실소失笑를 흘릴 만큼 적응하기 힘들다. 당분간은 다른 이들을 만나 자랑을 하고 다닐 것이다. 그러면 점점 실감나게 되겠지. 그리고 어느새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겠지. 기대할 일이 많아지고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겠지. 참 다행이다. 그동안 수고했다. 괜찮은 시간이었고 스스로 놀랄 만큼 많이 성장했다. 참 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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