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을 벌게 되었고
선물을 받은 듯한 시간이었다
그날은 못마땅한 것이 많은 날이었다
당분간 기다려야한다는 초조함 또한 있었다
기분이 나아질까 싶어 무언가를 마시기로 했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조그만 커피점이었다
우린 딸기가 들어간 우유와 쉐이크를 주문했다
사진을 가리키며 얼마나 비슷하게 나올지 떠들었다
음료는 생각보다 정성스레 만들어졌고
과일이 씹히는 그 맛 또한 달콤하고 달달했다
기분이 나아진 것은 아마 음료 때문일거라 생각했는데
실은 음료를 기다릴 때부터 표정은 이미 밝아지고 있었다
우린 그리 넉넉지 못한 시간 속에 나란히 걷기 시작했고
공원을 따라 한참을 더 걷다 그늘 아래로 찾아들었다
버릇처럼 얼마의 시간이 남았는지 확인했고
생각보다 많이 남은 시간에 서로 기뻐했다
열을 식히려 이면지를 꺼내 부채질을 했고
이따끔 떨어지는 도토리에 함께 놀랐다
이제 시원해졌다고 말하자 자신 또한
바로 조금전 같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류장을 향해 다시금 걷기 시작했고
그러는 동안에도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매번 할 얘기가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버스가 도착했고 너무도 자연스레 따라올랐다
한 번의 환승을 거쳐 두 정거장을 남긴 채 하차했다
아쉽게 남은 거리를 다시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곳에서의 길만 이미 세 가지를 알고 있었다
조금 더 같이 있으려 길을 헤맨다는 둥
매번 또다른 길을 함께 걸어가곤 했다
그날도 거짓말처럼 기분은 또 나아져 있었다
함께한 시간이 함께한 것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