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수강신청할 과목을 고를 때에는 한 학기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게 될 지를 따져보며 과목을 선택했다. 그러나 대학수업을 몇 년간 듣다보니, 그리고 나 자신의 학습 행태를 돌이켜보자니 이는 더이상 의미가 없음을 알게됐다. 나는 강의식 수업을 견디지 못한다. 갑갑하고 따분하며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다. 그래서 이제는 웬만하면 e-러닝 강의를 듣거나 아니면 수업을 듣지 않아도 시험 전날 교재나 유인물만 읽어봐도 시험을 치를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한다. 평소 수업 때는 출튀를 하거나 너무 눈치가 보인다 싶으면 자리에 앉아 노래 가사를 외운다. 등록비가 아깝지 않냐고 하는데 시간이 더 아깝고 의미없이 짓눌리고 있을 내 엉덩이가 더 안타깝다.
그런데 증세는 점점 더 심해져 이러닝마저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 교직 과목이라 시험은 제대로 봐야겠고 그러자니 지난 강의를 모두 들어야겠는데 그러자면 9시간 반을 쉬지않고 달려야 했다. 때는 시험 전날 밤 12시였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곧바로 강의를 틀기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입맛에 맞게 이 고역을 견뎌낼까를 궁리했다. 이러닝을 들으며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었다면 보통의 인강과는 다르게 빠른 배속 재생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순간 눈이 번쩍 뜨여 배속 재생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미친듯이 뒤지기 시작했고 결국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결국 2.0배속으로 모든 강의를 섭렵했고 5시간이 조금 넘게 공부를 마치고 2시간의 단잠을 잔 채 만족스러운 시험을 치렀다.
철이 들었는지 3학년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학점을 메꿔보려 20학점을 들었다. 총 10과목이었고 덕분에 시험기간이 아주 지랄 맞았다. 다행히도 이번 학기는 수요일에 학기가 시작되었기에 기말고사 또한 수요일이 첫 시험이었고, 내일인 화요일에 모든 시험이 끝이 난다. 중간에 주말이 끼지 않았다면 정말 다 때려치고 싶었을 것이다. 이건 여담인데, 지랄이 표준어인지 궁금해 찾아보던 중 지랄 발광 네굽질이란 속담을 발견했다. 미친듯이 몹시 야단치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뜻은 안 통하지만 이번 학기는 참 지랄 발광 네굽질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