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열심히 하지 않아도 악몽에 쫓긴다. 꿈에서는 하루 세 과목의 시험이 있었다. 첫 번째 시험이 끝날 무렵 나는 다른 아이의 시험지를 베끼기 시작했고 그 모습이 발각되었다. 선생님께서는 사무실로 따라오라 하셨고 그 사무실은 교실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넋이 나가 남은 시험을 포기한 채 사무실로 떠났다. 분명 2시간 떨어진 거리였으나 하루의 전부를 헤매도 찾아갈 수 없는 곳이었다. 학교를 벗어나는데에만 몇시간이 걸렸다. 목적지 근방에 이르자 이유불문 나를 쫓는자들까지 가세하여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다. 사무실로 향하는 길이 길어질수록 고통의 시간은 길어졌다. 차라리 벌을 받고 모두 털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늘상 반성의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불안과 공포와 괴로움에 짓이겨진 시간이 전부일 뿐이다. 스스로 깰 수 없는 꿈에 발이 빠져버린 것처럼 반복되는 고통을 반복해서 받아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