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고 짜증이 솟구치는 날들이 있다. 신물이 나와 밥을 쳐다도 보기 싫을 때처럼 다 때려치고 싶을 때가 있다. 예전에는 그럴수록 더욱 억지로 밥을 집어 쳐 넣었다. 몇번이나 토를 했을지도 모른다. 견뎌내야 할 일이라 생각했었다. 이젠 맛있는 음식을 찾아나선다. 입맛을 다시게 하는 음식들. 찾을 때까지 온 힘을 갖다 바친다. 그러한 음식을 맛 볼 무렵 알게 된다. 그 미친듯이 솟구쳤던 짜증들은 모두 외적인 것들이었음이 분명하다. 이렇듯 맛있는 음식에 짜증이 났을 리가 없다. 마찬가지로 한 번도 음악이 실망을 안겨줬던 적은 없었다. 의심을 품었다면 음악을 하는 상황과 이해의 정도 따위들이다. 분명 해결하고 거쳐가야 하나 바라볼 필요는 없는 것들. 흔들릴 때일수록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은 음악 그 자체였다. 여전히 큰 아름다움을 준다면 이끌리듯 좇으면 되는 것이다. 향기 나는 꽃의 꿀을 좇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겠으며 그것보다 자연스러운 것이 있을까. 결코 간섭받지 않을 본질에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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