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연주회가 끝났다. 연이어 합창, 콘서트콰이어 수업도 끝이 났다.
기억에 남는건 무대 출입문에 서서 무전기로 상황을 지시하시던 교수님과
미사 연주를 앞두고 우릴 불러모아 격려해주시던 지휘자 선생님의 말과 모습들. 딱 그정도
합창이 뭔지도 모르게 시작했다가 뭔지도 모르게 끝났다는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다
처음이니까,라는 말로 위안해보지만 별 소용이 없다. 내년에 테너 후배들 갈궈야지
버섯과 브로콜리. 가장 좋아하고 자주 해먹는 유일한 반찬.
프로폴리스와 센트룸, 배즙, 홍삼을 소처럼 쳐먹어도 한계가 있었다.
합창 연습을 하려면 실기 연습을 어느정도 포기했어야 했다.
두통이 너무 심해 병원에 갔더니 몸살이라고 했다. 2주째 두통을 겪고 있다.
치킨을 먹어도 소용이 없어서 소고기를 시작했다. 소고기가 무슨 약이냐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달리 할 수 있는게 없다. 연습은 줄이지 못하겠다.
호숫가에 걸려있는 리본이 예뻐서 다가갔는데 시위하는 현수막을 찢어 묶어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도 기분은 달라지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많은 신호등의 모습이 바꼈다.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건 좋지만
언젠가부터 생명선 같은 느낌이라 몇 칸 남지 않은 초록불은 시선을 피하게 된다.
빨간불은 두 다리를 모은 누워있는 사람 같아서 걸음을 멈추면 끝나버릴 것만 같다.
9월이 지나고 오피스텔의 옥상에 올라가 본 기억이 없다.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많았던 시간에 비해 그리 많은 기억은 없다.
가을만 유독 계절의 때를 맞추기가 힘든 것 같다.
여름으로부터 선선해지는 초가을과 은행잎이 바닥에 깔리는 늦가을은 너무나도 다르다.
초가을의 모습을 보러 이곳저곳 다녔을 때면 늦가을이 되어서 올해의 가을을 놓친 것만 같고
늦가을을 보러 다닐때면 올해의 초가을을 놓친 것만 같다. 항상 그랬다.
둘의 모습을 모두 보지 못하면 올해의 가을을 놓친 것만 같았다. 올해는 늦가을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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