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 같았다
불빛들이 호흡처럼 번져갔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가끔씩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밤이었다
우린 호수를 따라 그림자를 내며 걸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거리가 애를 태웠다
시선은 자꾸만 멈춰버려 한 곳을 응시했다
선명하고도 아득한 모습에 자꾸만 먹먹해졌다
지워지지 않는 여운 같았고 물에 젖은 그림 같았다
몇 번의 바람이 더 지나고 지나온 길은 길어졌다
걸음은 재촉하듯 번갈아 내달렸고
숨은 가팔라져 쏟아져 내릴것만 같았다
일순간 찰나의 섬광 같은 말들이 날아갔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다
얼마나 많은 말들이 오갔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몇 마디의 말과 몇 가지의 표정들
작으면서도 넘치지 않을 충분한 정도
다만 그 정도만을 품은채 돌아왔다
바람이 잦아드는 늦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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