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규어를 사모으는 사람들을 여지껏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바로 조금전 마침내 그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한 방송에서 왜 이렇게 피규어를 사모으고 전시해두냐고 물으니 어릴적 집안이 풍족하지 못해 장난감을 충분히 가지고 놀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크면서 여유가 생기다보니 어릴적에 꿈꿨던 장난감으로 가득한 방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지금과 같은 피규어로 가득한 방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었던 이유인데도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또다른 한편으론 나는 부족함 없는 유년시절을 보냈다는 생각을 했다. 내 방의 장난감은 항상 넘쳐났다. 방안의 박스들은 모두 장난감을 분류해둔 박스였고 옷장이든 침대든 책꽂이든 어디든 장난감이 가득했다. 정말 부족함이 없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또한 타인에게 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놀이를 위해 무슨 짓을 해도 다 용서 받았다. 발코니와 방에 물을 가득 채워 수영장을 만든다든지 큰 방의 창문을 띄어내고 매트리스를 올려 미끄럼틀을 만든다든지 옷장을 다트판 삼아 벌집을 만들어놓는다든지 가전제품을 분해해 놓는다든지, 무엇이든 크게 혼난 기억이 없다. 그때의 일상들은 분명 지금의 사고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참 괜찮은 유년시절이었던 것 같다. 학교를 들어가고 학년이 올라가면서부터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장난감으로 가득했던 그 방의 사진이 아직 어딘가 남아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