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감기를 앓았다. 증상은 일주일 정도 지속됐을까. 두통과 열과 짜증과 답답함으로 점철된 녹슬고 눌어붙은 쇠 냄새 나는... 그건 마치 잠시간 잊혀진 예전 생활의 증상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균이 아닌 바이러스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체로 홀린듯이 잠을 퍼잤고 그외의 시간에는 멍을 때리거나 인터넷을 뒤적거렸다. 마침 그날따라 블로그가 삭아 보였다. 반쯤 넋이 나간 멘탈로 블로그를 뜯어 고치기 시작했다. 손목이 너무 아파 침대에 드러누웠을 때는 이미 다음날이었다. 부상(浮上)하는 고래, 빛이 드리운 수영장, 궤도를 운행하는 은빛달. 그러한 이미지들이 화면 한가득 뿌려져 있었다. 내버려둔 채 또다시 며칠을 퍼자고 또 부산에도 다녀왔다. 그러는 사이 이미지들은 제각각 하나의 섬이 되어가고 있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화면 위로 연무를 끼얹고 또 파도의 소리를 입히게 되었다. 그제서야 조금은 번지고 얼룩이 지며 서로 어울리게 되었다. 매번 스킨을 바꿀 때마다 이건 다시는 못할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순환하듯 생각은 또다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