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집으로 돌아간 늦은 시간이었다. 비 또한 가늘게 내려 공원은 인적을 찾기 힘들었고, 마치 혼자만의 것인듯 정돈된 길을 따라 소리없이 걸을 수 있었다. 쉬지 않고 세 바퀴쯤 돌았을까, 점점 호흡이 가빠지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차오르는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었다가 내뱉자 짙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그 모습을 따라가다 시선은 하늘에 다다랐다. 하늘에서는 느리지 않게 움직이는 불빛 하나가 보였다. 공항이 근처에 있으니 비행기겠거니 했다. 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고개는 쳐든채로 계속 걸어나갔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더욱 많은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한 방향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고 주위를 살펴보자 더욱 많은 불빛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비행 편대일 것이라 생각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시대니까 말이다.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가 궁금해져 하늘을 헤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는데, 하늘에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수많은 점들이 빛을 발하며 날아가고 있었다. 헤아려보진 않았지만 그건 수십보다도 수백에 가까운 것이었다. 별의별 생각들을 다해보다가 결국 걸음마저 멈추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제서야 알게됐다. 빛나는 그 모든 점들은 실은 정적인 밤하늘의 별이었고 나의 걸음을 따라 잠시나마 함께 나아갔던 것이었다. 걸음을 멈추자 움직이는 것은 불빛들이 아니라 구름들이었다. 여지껏 밤하늘의 별을 보기 위해선 동공이 커질 때까지, 단지 시선만을 잠시 꽂아두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실은 조금 더 성의를 가지고 집중해서 바라봐야만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