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등교하던 시절에는 방학만 되면 전국으로 여행을 다녔다.
크면서는 점점 가까운 곳으로 잠깐의 피서 정도였지만
더욱 어릴 적에는 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전국을 누볐다.
아직 그렇게 크지 않았던 나는 뒷좌석에 드러누워 잠을 자거나
가운데 자리에 걸터앉아 아빠의 운전을 따라하고는 했다.
부산에서 통일전망대라도 갈 때면 지겨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
음악도 듣다가 창문도 열었다가 노트북도 꺼냈다가 아주 난리를 쳤다.
결국은 똑바로 앉아 멍을 때렸는데 그럴 때면 엄마 아빠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백미러로 아빠의 얼굴을 한 번 쓱 봤다가
사이드 미러로 또 엄마의 얼굴을 한 번 쓱 보기도 했다.
그러다 또 금새 이 지겨움을 견디지 못하고 발광하곤 했다.
지금에 생각해보길 두사람의 모습을 그토록 오랜시간 바라본 적이 없었다.
사진으로부터 느꼈던 그리움은 어쩌면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어릴 때는 자고 일어나면 소중한 이들의 얼굴을 잊어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매일 밤 필사적으로 그들의 얼굴을 그리다 잠들었다. 현명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