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 Debussy: Suite Bergamasque 4. Passepied - Claudio Arrau |
그렇게 무덥던 여름도 이제 곧 지나가 버릴 것이란 사실에 마치 놀림을 받은 것만 같다. 해가 지고서 어두워진 방안 침대에 드러눕자 머리맡 창가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여름은 한낮으로부터 다가오더니 가을은 정반대로부터 온다. 옷들은 점차 길어지거나 두꺼워지고 겹쳐지게 될 것이다. 가을장마라 불리는 것이 곧 시작되거나, 모기와 태풍처럼 흔적 없는 이름만이 지나칠 것이다. 새로이 돋아나거나 피어나, 고개를 들거나 웅크려야 보였던 것들은 이제 바닥으로 내려와 발길에 차이거나 쓸려간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것들은 때가 되어 알맞게 영글고 마침내 결실을 맺는다. 또한 계절은 저물녘의 황혼이 가장 아름다울 때이며, 커튼을 젖히는 순간 햇볕에 비치는 떨어지는 먼지 조각처럼 사계절 중 시간이 가장 천천히 내려앉는 계절이다. 스물네 번째 이 가을에 이르러 변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대로일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