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ie : Gnossienne No.1 |
늘 그랬듯 터널의 끝에는 이질적인 형체가 서있다. 이번에는 자동차의 사이드미러를 닮은 형체였다. 그리고 그 속에는 마치 사이드미러에 비친 뒷편의 풍경과도 같은 것이 담겨있었다. 도로의 차들은 보란듯이 그속으로 달려들거나 그로부터 멀어졌다. 앞서 비추는 헤드라이트와 이동하는 굉음들은 풍경과 터널 간을 오가며 끊임없이 둘 사이를 이었다. 때때로 도로는 텅 비었는데, 그럴때면 쉼없이 점멸하는 신호등이 자칫 끊어질 듯한 두 시간을 짜집듯 이어나갔다. 그렇게 터널과 풍경은 완벽히 관통되고 있었다. 무엇도 저절로 이루어진 것은 없었다.
중심에 거대한 탑을 세운 원형 공원의 가장자리를 끊임없이 맴도는 자신을 매일밤 느낀다. 불빛 하나 없는 거리에도 없던 수많은 이면(裏面)들이 텅 빈 방안으로 기어나와 이곳저곳에 서있다. 나는 뜨거워진 베개를 뒤집어도 보고 양 끝자락으로 괴어도 보지만 머리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뜨겁다. 결국 신경질에 가깝게 선풍기를 끌어당기고 머리를 떨군 채로 콧속이 마르고 콧물이 흐를 때까지 바람을 들이민다. 그렇게 머리까지 쥐어뜯어보지만 알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아무것도 없다. 다만 제 자신의 불완전과 한 사람의 부재만을 미련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단지 잘 지내는지 안부를 알고 싶을 뿐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