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 . . . . . .
그가 말했다.
'요즘들어 공동체라는 것에 관심이 많이 가요'
그녀가 되묻는다.
'공동체요?'
'철학 교양 수업을 듣는 데 공동체라는 개념에 대한 얘기가 나왔어요. 중세이든가? 아무튼 그 이전에는 광인, 미친 사람 또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함께 생활했데요. 사람들은 그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함께 잘 지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중세로 넘어오면서 광인은 배척당하고 감옥으로 보내지게 되었어요. 노동력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 그들의 모습에서 저를 봤어요.'
'광인이 xx씨예요?(웃음)'
'네. 광인이 저 같았어요. 그리고 공동체라는 것에 대해 갈망하기 시작했어요.'
'조금 더 자세히 들려줄 수 있나요?'
'뭐 그동안 말씀드렸듯이, 전 딱히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해요. 한 번도 어느 곳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어요. 학교에서도 그랬고 밖에서 대외활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고. 전 이에 대해 불안하기보다는 오히려 태연했어요. 그러나 그 때문에 다른 이들과 갈등도 생기고 정말 문제인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문제라 불릴 만한 상황들이 있었죠'
'네'
'그러나 결코 '난 어디에도 속하기 싫다'라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머물고 싶은 곳을 찾고 싶으나 찾지 못해 떠도는 쪽이었죠. 이렇게 떠도는 생활이 계속되자 때때로는 과연 언젠가는 머물고 싶은 곳을 만나게 되기는 할까 걱정도 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그러한 곳을 찾지 못한 것은 아직까지 관심 가는 활동과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네'
'그런데 최근 들어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내가 지금 이렇게 어디에도 속할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도는 것은 가족이라는 것에조차 속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
'가족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가장 작은 공동체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전 그런 가족에게조차 딱히 소속감을 느끼지 못해요. '집'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사람들이 대개 떠올리는 것은 '안정감', '포근함'과 같은 것인데 저는 그러한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해요. 오히려 불편해요. 집에 가야 할 일이 있으면 당일도 아닌데 며칠 전부터 불편하고 신경이 쓰이고. '집'이라는 것을 떠올렸을 때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너무나도 불편해요. 머리가 아파요. 그래서 집이라는 것에조차 속하지 못하는데 그 어떤 다른 곳에 속할 수 있겠냐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저에겐 돌아갈 곳이 없어요. 뭐 물론 친한 친구들이 있기는 하나 그것과는 다른 것 같아요.'
'......'
'......(웃음)'
'듣고 있는데 제가 다 짠하네요. 그동안 혼자 얼마나 외로웠을 지가 느껴지네요.'
'......'
'진로 문제에 있어서 부모님과 다퉜던 것에서 부모님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거네요?'
'네, 뭐 집에 가도 진로 얘기만 나오면 의견 차이로 싸우기만 싸우니까. 뭐 진지한 얘기는 하지도 않죠. 그러니 집에 가고 싶다거나 집이 편할리가 없고'
'그런데 xx씨는 말을 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네요? 전 들으면서도 이렇게 짠한데'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예요.'
'아,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예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감정을 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익숙하네요.'
'그러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이 시간은 언젠가는 끝나버릴 시간이잖아요. 그래서 지금부터 미리 대비를 하는 거죠. 의지하게 되면 후에 더이상 이 시간, 공간이 존재하지 않을 때 힘들거니까요'
'그래도 전 xx씨가 이 시간에 머리로 애쓰면서 말하기보다는 맘껏 감정을 드러내고 얘기해줬으면 좋겠어요'
'글쎄요'
. . . . . . .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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