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 . . . . . .
그녀가 말한다.
'xx씨가 부모님께 연민을 느낀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세요'
그가 말한다.
'사실이 무엇인지를 알아버렸어요. 사실은 스스로 포기했다는 것.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제 스스로의 의지로'
'조금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요?'
'때때로 부모님과 진로에 관해 얘기를 할 때 난 지금도 그들의 반대 때문에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면 그들은 그런 저의 말에 수긍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아직까지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냐며 의아해했어요. 전 그런 그들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죠. 그런데 이제는 왜 그들이 그러한 반응을 보였는지 이해할 수 있어요. 전 거짓말을 하고 있었어요'
'거짓말이요?'
'맨처음 그들이 반대를 한 것은 사실이고 그랬기에 당시에 하고자 하는 것을 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예요. 그러나 그후부터 지금까지 전 그들이 반대했다는 사실만을 부풀렸어요. 그리고 그들에 의해서 지금도,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했어요.
'네'
'그러나 최근 들어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죠. 사실은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것을 접어버렸다는 것을. 왜냐하면 나도 아니까. 그 길에 안정 따위 없다는 것을. 부모님의 노후를 생각하다보니 스스로 그 길을 포기한 거에요. 나 혼자라면 안정적이든 불안정적이든 상관이 없지만 그게 아니니까. 또 난 형제도 없고 혼자고. 그러나 전 그걸 인정할 수 없었어요. 제 스스로 포기해버렸다는 것을. 인정해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으니까'
'그렇죠'
'부모님이 반대하기에 못하고 있는거라고, 타인에 의해서 나의 의지가 짓밟힌거라고 생각하면 적어도 '분노'라는 건 남아있으니까. 그러나 스스로 포기해버린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으니까. 그래서 그때부터 난 부모님이 반대하기에 하고자 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했기에 이전과 같이 부모님을 대할 수는 없었어요. 왜냐면 날 방해하고 내 길을 막은 이들이니까. 그게 지금까지 몇 년째 이어지고 있어요. 부모님께 살갑게 대할 수가 없는 거죠. 사소하게는 전화 받을 때 일부러 조금은 퉁명스럽게 받는 것부터'
'속마음은 그게 아닌데 행동은 완전히 그와 반대로 하는 거네요'
'부모님 탓을 하는 것도 분명 있어요. 그때 만약 허락해줬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그러면 그 전과 마찬가지로 잘 지낼 수 있었을텐데. 살갑게 대할 수 있을텐데.'
'xx씨에게는 부모님이 단순히 꿈을 반대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네요.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지지받지 못했다는 게 크게 남아있네요'
'뭐 그러한 진로 문제로 다투기 이전에도 사소한 것들로 부모님과 많이 다투긴 했어요. 그러나 부모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딱히 뒤끝 같은 건 없어서 싸우고도 다시 볼 때는 뭔 일이 있었냐는듯 그냥 또 잘 지냈어요. 가끔은 그렇게 흐지부지 넘어가는 게 싫기도 했어요. 그래서 형제가 있어 싸움에 대해 중재해줬으면 하기도 했어요. 아무튼 가족은 원래 그런가보다 하고 계속 지냈어요. 그러나 이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어요. 아무렇지 않게 부모님을 대할 수가 없었어요'
'xx씨가 스스로 인정했다는 게 되어버리니까?'
'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마저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행동한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이를 꿈꿨던 나'는 누가 위로해주지. 누가 이해해주지 하는 생각들. '그 당시의 나'가 분명 있었던 거잖아요? 전 그 당시의 제 자신이 불쌍해서라도 그럴 수 없었어요.'
'저도 느껴지네요, xx씨의 감정이. xx씨는 부모님을 엄청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네요. 다른 걸 다 놓고 부모님만을 위할 만큼. 지금까지 항상 책임감으로부터 해방되고 싶다, 벗어나고 싶다 말을 했지만 부모님에 대한 책임감을 엄청 많이 생각하네요. 맞나요?'
'...... 그런 것 같아요'
'부모님께는 잘 하고 싶으나 그러자니 자기 자신을 놓는 것이 되어버리고, 자신을 위하자니 부모님께 잘 할 수 없고. 이게 xx씨의 고민이네요. 혼자 엄청 외롭고 힘들었을 것 같네요.'
'......'
'제가 다 속상하네요'
'......'
'부모님을 정말로 미워해본 적이 있어요?'
'반대했을 당시, 제가 고등학생일 때에는 그 진로 문제로 매일 싸우다시피하고 또 학교 생활은 학교 생활대로 바쁘고해서 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당시의 감정은 잘 기억이 안 나네요. 그런데 대학에 온 뒤로는 부모님이 반대하는 이유가 너무나도 잘 이해가 되니까. 딱히 미워할 수는 없었어요.
'머리로는 너무 잘 이해가 가니까?'
'네'
'그 당시 정말로 부모님을 미워하고 화를 내지 않았던 것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 같아요'
'......'
'부모님께 이런 xx씨의 감정, 생각들을 말해본 적 있나요?'
'지금 얘기한 것들요?'
'네'
'아니요. 진로에 관해 말만 하고, 싸우기만 했을 뿐'
'지금도 여전히 말하기 힘든가요?'
'네'
'그때의 감정, 하지 못했던 말,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을 지금 여기서 해볼 수 있을까요?'
'......'
'못하겠어요'
'말로 하는 것이 어렵다면 다른 방법으로도 괜찮은데. 이 얘기를 듣다보니 아까 시작할 때의 음악 얘기가 생각나네요. 내가 가진 것을 표현하는 통로라고 했던 말. 말로 잘 표현하지 않는다고 하니 갑자기 그게 생각나네요'
'......(웃음)'
'강요 하는 건 아니예요'
'......'
'지금 어떤 감정인지, 무슨 생각하는 지 물어봐도 될까요? 말하기 힘들어 하는데 자꾸 너무 묻는 것 같네요'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그래요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중요하죠. 그러나 전 그에 앞서 xx씨가 당시에 이해받지 못하고 지지받지 못했던 그때의 감정을 다시금 제대로 느껴봤으면 좋겠네요. 저 역시도 당장에 어떻게 해야할 지 정말, 잘 모르겠네요. 이에 대해 앞으로 함께 천천히 생각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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