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 한다. 이미 다른 블로그를 운영중이나 그것과는 별개로 운영할 것이다. 예전에 한 블로그에서 싸이월드와 트위터, 블로그를 그림으로 비교해놓은 포스팅을 봤다. 그는 블로그를 우편함에 비유했다. 수신자 없는 편지를 써 우편함에 넣어두면 지나가던 이들이 살며시 그 편지를 꺼내 읽어보고 다시 넣어놓는다. 마치 타인의 은밀한 일기를 읽듯이 말이다. 그러한 블로그가 되기를 바란다. 이미 운영중인 블로그는, 너무나도 일상적이다. 현실의 연장선상에 있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현실에 치여 지쳤을 때 그곳은 쉼터가 되지 못한다. 바라는 것은 현실의 연장 혹은 확장이 아닌 또다른 공간이다.
생각해보면 어떤 종류의 글이든 참 쉬지 않고 계속 써왔다. 어릴적부터 써오던 일기는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생존수단이 되었고 대학에 와서는 꿈 일기라는 특수한 기록과 수필과 시를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글로 계속되었다. 그러다보니 글 쓰는 것에 익숙해지고 글을 쓸 때에는 그 익숙함에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한 편안함과 고요 속에서는 온전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 모습이 조금은 껄끄러운 모습일지라도 말이다. 기록의 수단이라는 것만을 놓고 봤을 때 녹음기 또한 일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게 익숙하지 않은 녹음기는 마치 내 앞에 서있는 타인처럼 계속해서 그를 의식하게 만들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 글의 경우에는 펜을 사용하고 있다거나 타자를 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길을 걸을 때에 다리를 움직여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나는 그냥 글을 남기고 있을 뿐이다.
인터넷 상에 글을 적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딱 떨어지는 답을 할 수 없다. 인터넷 상에 글을 적는 것은 한 자 한 자 글을 써내려가는 것이 귀찮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한 생각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노래였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나는 여느 때처럼 집 안 방음실에 틀어박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누군가 내가 부르는 노래를 들어줬으면 했다. 그러나 딱히 들어줬으면 하는 특정 대상이 있는 건 아니었다. 누구든 상관없었다. 설령 나를 모르는 이라도 괜찮았다. 글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누군가가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 이러한 바람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떠오르는 건 인정, 과시욕 정도인데 딱히 아닌 것 같다. 내게는 다른 사람이 나의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렇기에 수신자 없는 편지를 계속해서 써내려갈 것이다.
'n o m a d a r y'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nomad'를 아이디와 도메인으로 사용하고 싶었으나 이미 사용중이기에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다. 블로그를 위해 급조한 것은 아니고 예전부터 써오던 나만의 단어다. 'n o m a d a r y'는 'nomad'와 'diary'를 합친 것이다. 한글 뜻 그대로 풀어보자면 노마드nomad의 일기장이다. 노마드nomad란 개념은 철학자 들뢰즈Gilles Deleuze가 사용한 개념으로, 단순 번역하자면 '유목민', '유랑자'를 뜻한다. 그 뜻에서 알 수 있듯이 노마드란 얽매임 없이 이곳 저곳을 자유로이 다니는 자를 뜻한다. 울타리와 같은 경계를 만난다면 마치 그러한 울타리는 자신에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넘나든다. 원래부터 정해져있는 것이란 내게 아무 것도 없다. 순진무구한 아이의 눈처럼 모든 것을 바라보며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여 이에 따라 주체적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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