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뮤지컬 노래 부르기에 미쳤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듣고 부르는 대부분이 뮤지컬 노래였다. 왜 그렇게 뮤지컬 노래만을 고집하게 되었는지 종종 생각했다. 그러다 1980년대 인기 그룹 소방차 노래를 듣게 되면서 그들의 노래가 뮤지컬 곡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점이 비슷한 지 적어보았다. 단순한 반주 혹은 목소리를 돋보이게 하는 반주가 가장 큰 공통점이었다. 요즘의 가요들이 빈틈없이 모든 곳을 메운다면 소방차의 노래나 뮤지컬 곡들은 필요한 것들만을 최소한으로 갖춘 여백이 있는 그림이었다. 그렇다면 클래식과 비교하여 매력적인 부분은 무엇일까. 먼저, 그 어떠한 틀도 없다는 것이다. 악기 구성만 따져보아도 뮤지컬은 피아노, 바이올린부터 전통악기인 해금, 꽹과리 그리고 미디를 활용한 전자사운드까지 그 모든 것이 용납되었다. 틀과 경계가 없다는 것이 당시의 내게는 분명 매혹적이었을 것이다. 허나 이는 악기 구성을 넘어 뮤지컬의 모든 요소의 특징이기도 했다. 예를들어 춤에 있어서는 전통 춤, 비보잉, 마임, 서커스 등이, 장르에 있어서는 호러, 연애, 코믹, 추리 등 뮤지컬 무대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했다.
뮤지컬의 이러한 특징은 뮤지컬 노래를 부르려고 하는 내게 큰 고민거리를 안겨줬다. 성악, 락, 가요, 랩, 팝, 판소리 등 전공이 다양한 이들이 뮤지컬 무대에서 노래를 했다. 그들은 전공에 따라 추구하는 방식도 상이했다. 풍부한 울림과 소리에 비중을 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사 전달에 더욱 비중을 두거나 감정 그 자체를 더욱 중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부분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선호에 따라 같은 노래임에도 전혀 다른 노래가 탄생했다. 즉 뮤지컬계에는 정통正統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 매력적으로 보였던 뮤지컬이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니 혼란함 그 자체였다. 그랬기에 뮤지컬 노래를 어떤 식으로 불러야할 지 갈피를 잡는다는 것은 굉장히 힘들었다. 지금까지 녹음해 둔 노래들을 들어보면 마치 이 마을 저 마을을 옮겨다니는 것처럼 그때 그때 스타일이 너무나도 다르다. 마지막에는 성악 쪽으로 굳혔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 왜 지금은 더이상 뮤지컬 노래를 부르지 않는지 한 가지 이유만 대보라고 한다면 뮤지컬계의 폐쇄성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난 그들로부터 마치 이스라엘인들의 선민사상같은 것을 느꼈다. 그러한 것에는 정말로 진저리가 나고 상대하기가 싫다.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거리두기를 하는 것은 참으로 꼴불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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