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잊게 해주는 것들에 미치도록 집착한 적이 있다. 현실이 싫었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만화와 같이 그들만의 스토리를 가진 것들, 그리고 테니스, 스케이트, 자전거, 노래처럼 그 순간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것들에 목을 맨 적이 있다. 그 때문일까, 얼마전 어벤져스를 봤는데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흥분도, 떨림도 없다. 어벤져스를 보고 온 주위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격양되어 다시금 그때의 흥분을 표했다. 나는 너무나도 강한 자극들에 무뎌진 것일까. 그런 자신의 모습에 놀랐다. 그러나 크게 걱정은 없다. 음악에 미쳐 매일 온종일을 음악을 듣다시피 했던 적이 있다. 그러다 머리와 귀가 터져버릴 것 같고 아무리 쉬어도 더이상 음악을 듣기 힘들게 되었다. 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천천히 즐겨야 할 것에 너무 욕심을 부린 건가. 혹시나 해서 클래식을 들었다. 다행히 클래식은 거부감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동안을 클래식을 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다시 팝과 가요와 뮤지컬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요즘들어 부쩍 세속적인 것들에 관심이 가는 자신이 낯설었는데 음악과 같은 맥락이라면 이해가 된다. 현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시간이기에 시계 사진을 올렸다. 이전에 쓰던 탁상시계는 초침 소리가 거슬려 방음실에 쳐박아두고 무소음인 이 놈이 자리를 차지했다. 잠이 안 와서 쓸 때 없는 글이나 쓰고 있다. 앞으로 이런 글의 제목은 잠꼬대다. 다음엔 잠꼬대 2가 되겠지. 전화기 너머로 잠꼬대를 하고 싶으나 주위에는 모두 새나라의 어린이들 뿐이다. 현실과 관련해 인상깊게 읽었던 시가 떠올라 덧붙인다. 이 글은 어느 카테고리에 집어넣어야 할까. 시? 단상斷想 ? 에라 모르겠다. 맘 편하게 따로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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