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외출 후 돌아가는 길에 어김없이 택시를 탔다. 1년도 넘게 반복한 길이지만 이 시간만은 여전히 짧게 느껴진다. 멈춰 선 택시 뒷좌석 한편으로 쇼핑백과 가방을 밀어넣고 힘들게 구겨 앉았다. 영하의 계절에 몸집은 평소보다 더욱 두툼했다. 왜인지 택시의 조수석이 앞으로 바짝 당겨져 있었다. 구겨진 몸을 조금이나마 펴서 편히 갈 수 있었다. 마포경찰서로 가자는 말에 아저씨는 밝은 목소리로 알겠다고 했다. 저녁 7시의 다른 기사들과는 사뭇 다른 목소리였다.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다다랐다. 평소보다 요금도 몇백 원 적게 나와 늘상 4,500원에서 5,000원 가량 찍히던 미터기엔 깔끔히 4,000원 찍힌 게 전부였다. 요금도 군더더기 없이 맞아 떨어졌고 이 택시도 마음에 들어 현금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갑을 뒤적거리자 아저씨게서 물으셨다. '현금이세요, 카드세요?' 처음 탈 때와 같은 밝은 목소리였다. 현금이라는 말에 '아이고, 감사합니다'라며 좋아하셨다. 덩달아 기분이 밝아졌다. 기사님은 4,100원을 향해 카운트 되던 미터기를 잽싸게 끄셨다.
택시를 이용하며 기분 좋았던 적이 있긴 한 건지 낯설게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곧 차에서 내려 짐을 추스리고 있자 뒤이어 손님 한 명이 올라탔다. 쿵. 문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그 역시도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진 채 내리게 되지 않을까. 이동의 수단인 택시는 우리가 가는 곳까지 감정마저 실어다 나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보고 말 사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릴 듯한 택시지만 존재감마저 가벼운 곳은 아니었다. 점차 출발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사진으로 담았다. 한결 가벼워져 돌아가는 저녁이었다.
'편지 > 쓰고싶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격이 되어버린 2 (0) | 2018.08.27 |
---|---|
다시 사람 (0) | 2018.08.01 |
속삭이는 말 (0) | 2018.05.31 |
속그림자 (0) | 2018.04.29 |
<끝내 바다에> (0) | 2018.04.23 |
춘몽 (0) | 2018.03.15 |
끝과 시작 6 (0) | 2018.03.10 |
동대문은 신설동의 남쪽 (0) | 2017.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