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끼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옆자리의 후임 OO이가 울고 있었다. 처음엔 이른 시간의 잠꼬대인가 했다. 어제의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아침이었다. 단어처럼 반가운 봄비가 내렸다. 전날 열어 둔 창틈 사이로 봄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침상을 건너 가 손수건처럼 접은 휴지를 건넸다. 서럽게 울며 미안하다고 했다. 몇 달 전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서럽게 울며 미안하다고 했다. 꿈속에서 할아버지를 만나고 왔나 보다.
또다시 혼자 울고 있을까 멀찌감치 떨어져 붙어 있었다. OO이는 세면장에서 울며 세수를 하고 전화카드를 집어 들곤 나갔다. 나도 꿈속에서 할머니가 나오셨던 적이 있다. 라면을 끓여주시곤 흐뭇하게 먹는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셨다. 나는 잠에서 깨자마자 일이 없어 시간이 나서 전화를 했다며 할머니께 전화를 했었다. 할아버지께 걸 수 없는 OO이는 아마 부모님께 전화를 하려나 보다. 전화기 앞에서 또다시 눈을 부비적 대길래 손수건을 가져다 주고 돌아왔다.
생활실로 돌아오며 미안하다는 말을 또 한다. 좁은 통로를 사이에 둔 침상 편에 걸터 앉으며 멋쩍게 웃는다. 슬픈 꿈을 꿨냐고 물었다. 예전 할아버지가 계신 집으로 들어갔는데 곱게 차려 입으신 할아버지께서 손을 흔들며 OO이를 불렀다고 했다. 얘기를 하는 얼굴은 밝고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며 떨군다. OO이는 할아버지와 많이 친했나 보다. '그래도 오랜만에 할아버지 뵈었네. 정기외박 때 할아버지 한번 뵙고 와'. 내일부터인 정기외박에 OO이는 꽃을 안고 할아버지를 찾아뵈러 갈 듯 하다. 창가는 점점 밝아오고 빗소리는 점점 나긋해졌다. 아무래도 이번 외출에는 꽃을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