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인 - 이병률
2014. 2. 3. 18:21
올 수 없다 한다 태백산맥 고갯길, 눈발이 거칠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답신만 되돌아온다 분분한 어둠속, 저리도 눈은 내리고 차는 마비돼 꼼작도 않는데 재차 견인해줄 수 없다 한다 산 것들을 모조리 끌어다 죽일 것처럼 쏟아붓는 눈과 눈발보다 더 무섭게 내려앉는 저 불길한 예감들을 끌어다 덮으며 당신도 두려운 건 아닌지 옆얼굴 바라볼 수 없다 눈보라를 헤치고 새벽이 되어서야 만항재에 도착한 늙수그레한 견인차 기사 안 그래도 이 자리가 아닌가 싶었다고 한다 기억으로는 삼십년 전 바로 이 자리, 이 고개에 큰길 내면서 수북한 눈더미를 허물어보니 차 안에 남자 여자 끌어안고 죽어 있었다 한다 세상 맨 마지막 고갯길, 폭설처럼 먹먹하던 사랑도 견인되었을 것이다 진종일 잦은 기침을 하던 옆자리의 당신 그쪽으로 내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