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사랑할 때 내 안에 피어 나부끼던 안개의 꽃밭을 기억합니다 세상에 와서 배운 말씀으로는 이파리 하나 어루만질 수 없었던 안타까움으로 나 그대를 그리워하였습니다 나무들이 저희의 언어로 잎사귀마다 둥글고 순한 입술을 반짝일 때 내 가슴엔 아직 채 이름 짓지 못한 강물이 그대 존재의 언저리를 향해 흘러갔습니다 마침내 나는 그대 빛나는 언저리에 이르러 뿌리가 되고 꽃말이 되고 싶었습니다 꽃밭의 향기와 강물의 깊이를 넘어 밤이 오고 안개를 적신 새벽이 지나갔습니다 내 그리움은 소리를 잃은 악기처럼 속절없는 것이었으나 지상의 어떤 빛과 기쁨으로도 깨울 수 없는 노래의 무늬 안에 꿈꾸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썩어 이룩하는 무늬, 이 세상 모든 날개 가진 목숨들의 무늬, 그 아프고 투명한 무늬를 나는 기뻐하였습니다..
강박은 아니었다. 단지 하나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취미로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학기가 시작됐고 몇 주의 시간이 흐르며 몇 가지의 생각들이 교차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제는 만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것의 시작은 조금 더 깊은 곳을 들여다봐야 했지만 표면상으로는 음악을 전공하는 것이었고 나는 그것을 이미 이루었다. 일말의 순간만이라도 바라 왔던 것이기에 8학기란 시간은, 아니...... 천(千)이란 숫자를 웃도는 나날동안, 매일을 내일을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분에 넘치는 것이었다. 사정이 어떻게 됐든 성악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할 것은 분명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갑작스런 변덕을 부려도 되는 것일까 생각했다. 원하는 것을 좇아 여기까지 왔다. 흔히들 글자..
화려한 노래와 화려한 시험이란 생각에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를 얻어냈다는 생각에 가슴 한편이 팽창했다. 던져진 주사위와 굴러가는 동전, 그들 위로 군림하는 아름다운 꿈을 꿨다. 포크로 내리찍어 터져버린 방울토마토, 사방으로 튀어 더럽혀진 벽지, 그 속에서 선홍빛으로 물든 저지할 수 없는 한 나라의 축제를 상상했다.성대한 축전의 시작. 끝을 말하기엔 너무도 이른 시간이었다.
꿈은 아니야,라고너는 얘기했고꿈을 깨야 해,라고나는 말했다 우리들 공동의 꿈을 위하여각기 다른 꿈을 꾸면서꿈을 생시처럼 생시를 꿈처럼우리는 싸웠다 이제 알게 될 거야너의 꿈이 더 꿈다운지나의 꿈이 더 생시 같은지우리는 밤새 싸우고, 나만 쓰러졌다 그리고 나는 꿈을 꾸었다꿈은 아니야,라고 내가 웃었고꿈을 깨야 해,라고너는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