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신호등 앞이었다. 아마도 걸음을 멈추는 유일한 시간이다. 이곳에선 보행자 신호의 파란불을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한다. 사실 별로 머물고 싶지 않은 곳이다. 신호등 제어기인지 변압기인지 모를 것 위로 항상 쓰레기가 쌓여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을 돌아가기엔 몸이 가장 무거울 시간이다. 그저 허무하게 바라볼 뿐이다. 그럴때면 음료의 수만큼 버리고 간 사람들의 수많은 손이 떠오른다. 지금의 세태와 청문회가 떠올라서일까. '한 사람만이라도 제 일을 똑바로 한다면' 이라는 생각이 치밀었다. 손뼉도 마주쳐야만 소리가 나고 아니 땐 굴뚝엔 연기가 나지 않는다는 말을 곱씹는 순간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물이 고여 탁해지듯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비릿한 냄새를 견뎌야만 한다. 사람에 대해 생각하자면 또다시 회의적 생각에 다다를 뿐이다. 오늘 하루는 오랜 시간 진눈깨비가 날렸다. 함박눈이 올 법한 추운 날씨였다. 눈 덮인 거리에서는 조금 다른 풍경이 보여지기를 바란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 단 한 사람만 바뀌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