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이 있는 삶은 견디기 힘들다. 여지를 두는 것만 같아 불만족스럽다. 몇 번의 경험으로부터 연유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간 준비해 온 일을 목전에 두고 돌이켜보았을 때 후회가 없기란 쉽지 않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가는 얼마나 덜 후회하는가와 상관관계에 있었다. 그러나 후회 자체가 싫었다. 찾아낸 방법은 한 치의 틈도 남기지 않는 것이었다. 오로지 그 일에만 매달리는 것이다. 불가항력적 수준으로 매진하여 후회가 들어설 틈조차 남기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한 가지 일이 끝남과 동시에 다음으로 미련없이 넘어가는 것을 가능케 했다. 그것이 마음에 들어 한참을 그렇게 살았다. 조금의 후회를 동반한 일상적인 삶보다는 후회 없는 비일상적인 삶이 더 자유롭게 느껴졌다. 그러나 가끔 예상치 못한 균열이 발생하곤 했다. 불가항력적 수준의 견고함에 불가항력적 수준의 균열이 생기곤 했다. 터무니 없는 일인데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종종 벌어지곤 했다. 후회가 싫어 이미 생겨버린 균열의 틈을 메우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다 문득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삶의 가치관과 방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봐야하는 그런 선택말이다. 그렇게 틈이 생길 때마다 고민은 반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