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는 기록병이 있는게 확실하다. 그 시작은 잃어버린 집 때문이었다. 이사 후 시간이 지나 찾아간 집에는 그 터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유년시절의 기억을 잃은 듯 하였다. 공사를 위한 땅만이 드넓게 헤집어 져 있을 뿐이었다. 그때부터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잊는다는 것과 잃는다는 것은 내게 동의미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잊지 않고 싶은 순간들을 사진으로 찍기 시작했다. 때로는 글로 남기기도 했는데 생각을 잊지 않고 싶어서였다. 귀찮고 지난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으나 사진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
입대 후에는 강박적인 메모의 양상을 띄기도 했다. 사진도 찍을 수 없었고 시간을 들여 글도 쓸 수 없는 시간이었다. 후에라도 그 기억을 따라갈 발자취라도 남기고 싶었다. 마포경찰서로 전입 후에는 분 단위로 모든 일정을 빠짐없이 적어 넣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는 편이 마음이 편했다.
계획한 자격증 공부를 모두 마치고 1차 휴가까지 다녀온 지금에는 그 짓들을 모두 때려치웠다. 아주 홀가분하게. 단지 그날의 근무 종류와 아이디어만을 몇 줄 남길 뿐이다.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금에 떠오르는 생각을 지금에 떠올려 쓸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임을 새삼 느낀다. 많은 글을 쓰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