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에선 어릴적 뛰놀던 풍경의 배경들이 뒤집히고 확장되어 나타나곤 했다. 그때마다 다시금 그곳에 가보고 싶었다. 약 4년전 재개발로 인해 어릴적 살던 아파트와 그 주변의 모든 것이 말끔히 사라졌다. 상실감이란 단어의 뜻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잃어버리기 전 한번 더 가보지 않았음에 대한 후회와 거짓말 같은 상황에 대한 허무가 너무도 컸다. 자전거를 타고 찾아간 옛 자리에 혹시나 옛 모습을 간직한 곳이 있을까 동네를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른다. 잊지 않으려는 노력은 그때에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그림으로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기억을 묘사하는 데에 한계가 있는 실력이었고 결국 사진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들, 그리하여 꿈속에서 불쑥 튀어나올만한 풍경과 모습들을 사진으로 담으려고 했다. 앞으로의 것들은 더이상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했다. 아름다웠던 기억들이 퇴색되고 흐려지지 않았으면 했다.
최근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의 개편이 있었다. 도서 신청을 하러 들어갔으나 일주일 정도 접속이 되지 않았다. 개편된 홈페이지의 모습은 세련되고 깔끔해졌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홈페이지에서 저장해두었던 책의 목록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읽고 싶은 책이 생길 때마다 틈틈이 저장해두고 도서관에 없다면 신청 도서로 등록했던 그 모든 정보들이 날아가버린 것이다.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는 행정에 화가 날 지경이었다. 2년간의 기록은 그렇게 한순간에 소멸했다. 지금 이 블로그에는 'list'란 꼬릿말이 붙은 몇가지 글들이 있다. 요리한 사진들을 올려놓은 글이 그렇고, 마음에 들었던 노래들, 순간의 떠오르는 생각들, 전공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적어 놓은 글들이 그렇다. 도서관 사태 이후로 책의 목록을 작성하는 글을 새롭게 작성중이다. 이제껏 읽었던 책들과 읽어볼 책들의 목록을 기록해두려 한다. '잊지 않기 위해 쓰는 글'이란 예전 한 블로그의 대표 문구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