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질문이 있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인지를 묻는 질문. 그리고 너무도 당연하게 답을 기다리는 표정들. 그럴 때면 감흥도 없을 순간들을 닥치는 대로 내뱉곤 했다. 나는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질 않았다. 매번 쥐어짜내 봤지만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오래된 공사장에 버려진 텅 빈 원통 기둥 같은 공허만이 그곳에 정렬해 있었다.
글쓰기 수업 시간이었다. 중간고사를 대체하여 3시간 동안 자신을 표현하는 글을 분량 제한없이 자유 형식으로 쓰기로 했다. 한 주 전 미리 공지했으나 어떤 준비를 해가진 않았다. 나는 당장의 고민과 감정들을 적어나갔다. 생각과 글들은 막힘 없이 뻗어 나갔고 글은 금세 페이지를 넘어갔다. 아쉬운듯 썼던 글을 찬찬히 읽어 봤다. 내가 쓴 글에 '행복'이란 단어가 이토록 스스럼없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정말로 최근의 나는 행복감에 젖어 있구나'라는 생각에 순간 슬퍼졌다. 내겐 평생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왔었다.
이곳에 얼마나 더 머무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언젠가는 끝나버릴 시간이겠지만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영화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영화관을 빠져나온 뒤에도 결코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 아름다운 기억이란 아마도 그런 것이다. 나도 이제는 행복했던 순간에 대한 얘기를 마침내 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