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났어
어두워진 화면 뒤로 음악을 느긋이 듣다 나가려고 했어
사람들은 나가기 시작했는데 그때 너의 뒷모습을 봤어
거의 본능에 가까웠던 것 같아 나는 뛰쳐나갔어
너의 좌석은 앞쪽이었는지 어느새 출입문을 빠져나가고 있었어
보이지 않는 너를 쫓는 건 짦은 순간임에도 참 무섭더라
결국 너를 따라잡았고 앞서가진 못한 채 너의 뒤를 따랐어
금속으로 된 기둥이 하나 있었고 그곳으로 너의 얼굴이 비췄어
다른 사람의 것이더라 아니 뒷모습마저 다른 사람의 것이었어
그리곤 나는 길을 잃었어 더이상 갈 곳이 없더라
밖으로 나왔고 횡단보도에 서서 파란색 불빛만을 기다렸어
아니 아까 그 나의 착각도 횡단보도 앞에 서 있더라
말도 하던데 심지어 목소리도 달랐어 나는 병신인걸까
가방과 겉옷을 챙겨나온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그것마저 두고 나왔다면 한심스러워 죽고 싶었을 거야
나는 대책도 없이 왜 그곳에서 널 발견했던 걸까
돌아오는 길에는 취객과 공사장 인부들의 모습을 봤어
자전거로 오르막을 오르는 중이었는데 샴푸 냄새도 맡았어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정말 샴푸 냄새였어
지금 나는 오늘 본 영화의 삽입곡을 듣고 있어
곡의 제목은 <희망>이야 아마도 미래에 대한 희망인 것 같아
오늘 그곳에서 널 발견한 건 네가 희망 같은 것이 되어버려서 일까
왜 너에 대한 얘기가 희망 같이 어려운 것이 되어버린 걸까
영화관의 노래도 이제는 모두 끝이 났을 거야
영화는 끝났는데 나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