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예전 사진들을 뒤적거리다 퍼즐 맞췄던 사진들을 보게 됐다. 퍼즐의 구매와 완성은 작년, 2011년 3월에 했다. 이제는 꽤 시간이 지난 일이다. 그 당시, 배송된 박스의 포장을 풀 때만 해도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퍼즐 완성 후 액자에도 넣고 멋지게 사진 찍어야지' 그러나 정작 퍼즐 완성 후에는 진이 다 빠져버려 '사진은 개뿔', 이랬던 것 같다. 그래서 오늘에서야 한쪽 벽면에 걸려있는 녀석의 사진을 찍어 예전 사진들과 함께 올리게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흥분되고 들떴다. '퍼즐 맞추기도 꽤 좋은 취미가 될 수 있겠구나', '오호 꽤 분위기 있구나'. 뭐 이랬던것 같다. 꽃과 백호 퍼즐은 서비스로 받은 것들이다. 쟤들을 먼저 다 맞췄다. 너무 빨리 끝나버렸기에 싱거웠다. 처음 하는 직소 퍼즐이라 500pcs나 800pcs로 할까 하다 1000pcs 짜리를 신청했는데 그러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메인 퍼즐을 완성하기까지는 이틀이 걸렸다. 첫 날까지만 해도 꽤 재밌었다. '그래 난 집중력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 이러며 척척 퍼즐을 맞춰나갔다.
이틀 정도 됐을 무렵이다. 이때부터는 입에서 욕이 끊이지 않았던 것 같다. 빨간물고기나 모퉁이 바위 부분의 퍼즐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모양이나 색깔이 비슷했다. 특히나 폭포수의 경우에는 그냥 퍼즐 하나 하나를 다 집어넣어봤던 것 같다. 색맹도 아니고 나름 색상에 대해 자신도 있는데 퍼즐들을 도저히 분간할 수 없었다. 위의 사진을 보면 그렇게 어려워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갑자기 화가 난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100pcs정도 남았을 때는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주위 사람들에게 전화해 제발 빨리 와서 나를 구원해달라 애원했다. 대체 무슨일이냐는 물음에 1000pcs 퍼즐이 날 죽이려고 한다니 다들 외면했다. 후에 만나 얘기를 듣길, 만약 그때 내가 너희집에 갔다면 넌 퍼즐이 완성될 때까지 날 너희 집에 감금시켰겠지, 하나 같이 이런 소리를 했다. 딱히 반박할 말은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퍼즐 한 조각마다 '씹' 회 정도의 욕을 해대며 결국 모든 조각을 완성시켰다.
아래의 영상은 퍼즐 완성 뒤 마지막으로 유약을 바르는 과정이다. 물풀을 쏟아부어 완성된 퍼즐을 고정시킨다고 생각하면 된다. 처음 해보는 거라 엄청 조심조심했다. 혹시나 퍼즐 조각에 프린트 된 그림이 번지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전혀 그런 것은 없었다.
퍼즐을 완성하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정말 의미없는 짓거리들도 하나의 목표 아래 꽤 괜찮은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하는구나' 라는 것이었다. 퍼즐은 그냥 막 노동 같았다. 딱히 특정 감각 능력을 이용한다거나 키울 수 있는 놀이는 아닌 것 같다. 자신의 인내심과 인간성을 테스트해보기에 유용한 정도다. 그래도 지금은 아래와 같이 예쁘게 벽에 걸려있다. 그림도 마음에 들고 또 퍼즐 조각조각의 모습들이 드러나기에 더 예쁜 것 같다. 돈이 남아돌고 시간도 남아돈다면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않을 것 같다.
구매처 : 퍼즐갤러리 www.puzzlegallery.co.kr
가격 : 45,000원(1000pcs) / 18,000원(액자) / 1,000원(퍼즐 전용 유액)
'편지 > 방랑과놀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답답해서 잠시 거닐었다 (0) | 2012.10.24 |
---|---|
아로마 오일 (1) | 2012.09.27 |
데빌스핀 구렸다 (4) | 2012.09.16 |
삼청동 테니스 코트 (3) | 2012.09.16 |
뜻밖의 피서(避暑) (2) | 2012.08.29 |
닳아 없어진 (0) | 2012.07.31 |
屋上公園 (0) | 2012.06.06 |
UOS 옥상텃밭 프로젝트 (0) | 2012.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