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필라멘트 스트링으로 바꾼 지 한 달 정도 된 것 같다. 멀티 필라멘트라는 게 30~50올 정도의 가는 실을 꼬아 만든 것이기에 몇 번 치다보면 보푸라기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은 가는 실들이 끊어진 것이다. 최근에는 게임도 많이 했기에 금새 닳아서 결국 며칠 전 끊어졌다. 닳아 없어진다는 것은 꽤 아름다웠다. 이전의 스트링들은 주로 하나의 굵은 줄로 된 폴리 스트링을 맸다. 그랬기에 어느 순간 탁 하고 끊어져 버린다. 육안으로 봤을 때 '끊어지지 않음'과 '끊어짐' 두 상태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멀티 필라멘트 스트링은 닳아가는 과정이 눈으로 보인다. 그러한 변모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참 매력적이었다. 소모품의 매력을 펜보다 테니스 스트링에서 먼저 알게 될 줄은 몰랐다.
멀티 필라멘트 스트링을 써 본 느낌은 한마디로 '부드러웠다'. 서브와 스트록을 할 때면 경쾌한 소리가 나 주위의 이들이 소리가 참 좋다며 무슨 줄을 맸는지 물어왔다. 나 역시 그 경쾌한 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금새 루즈해져 공이 잘 나가지 않았기에 다른 줄을 매야했다. 이번에는 나의 첫 스트링이었던 프로 허리케인 투어로 다시 맸다. 48 46으로 맸다. 강한 힘 때문이겠지만 둔탁한 소리는 늘 그랬듯이 줄 끊어진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듣게 한다. 아무튼 공은 잘 나간다. 언젠가는 다시 멀티 필라멘트 스트링을 매게 될 것 같다. 참 매력적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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