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 녀석과도 1년 하고 반이나 됐다. 연습 공간이 절실했기에 자취하고 있는 원룸에 방음부스를 설치하게 되었다. 당시에 '레슨'과 '방음부스' 사이에서 많이 갈등했다. 방음부스 설치 비용은 6개월 가량의 레슨비와 맞먹었다. 쉽게 생각하면 방음 부스 설치하고 레슨 6개월 쉰 다음 다시 레슨을 시작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내 경우는 그게 쉽지가 않았다. 당시에 받고 있던 레슨도 우여곡절 끝에 시작하게 된 것이라 한 번 그만두게 되면 다시 시작하기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랬기에 방음부스를 선택하는 것은 곧 레슨을 포기하는 것과 같았다. 그럼에도 방음부스를 선택한 것은 맘놓고 노래 부를 장소가 너무나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는 음대 건물에서 연습하라고 하셨다. 어차피 레슨도 그곳에서 받고 있었다. 그러나 나홀로 그곳에 갈 때면 쉽게 위축되었다. 그리고 우울했고 때로는 화가 나기도 했다. '음악대학 학생의 신분으로 이곳에 있을 수도 있었는데. 그렇다면 학생들 눈치보며 빈 방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고 연습을 하며 눈치도 보이지 않았을텐데.' 그곳에 갈 때면 현재의 자신이 너무나도 초라해지고 스스로에게 화가 치밀었다. 아무리 레슨을 자주 받는다해도 스스로 연습하고, 적용해보는 시간이 필요함을 느꼈기에 결국 방음부스를 선택했다.
지금은 처음에 생각했던 용도와 조금은 다르게 쓰고 있다. 처음에는 마치 전쟁터에 나가듯 무게를 잡고 방음부스로 들어가 코르위붕겐과 콘코네를 집어들고는 했는데 지금은 그저 놀이방이다. 불을 끈 채 우퍼를 최대한으로 올리고 밴드 음악을 듣기도 하고 야리꾸리한 조명을 켜놓고 야시시한 연주곡을 치기도 하고 혼자 청승맞게 잘 논다. 방금전까지는 곧 있을 합창 공연 연습을 하느라 노래와 안무를 하며 땀을 뻘뻘 흘렸다. 방음부스를 만들며 한 가지 실수한 것이 방음부스 내에 에어컨이 없어도 될 줄 알았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설치해주시는 아저씨들 말을 들었어야 했다. 한여름이면 땀에 젖어 노래를 한다. 그런데 그것도 나름 유쾌하다. 방음부스를 나갈 때면 성황리에 콘서트를 마친 기분이다.
방음부스 설치 당시 어지럽혀진
시공은 업체에 맡겼고, 100% 타카 작업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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