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p.
문득 아우렐리우스의 말이 스친다.
"시간은 일종의 지나가는 사람들의 강물이며 그 물살은 세다. 그리하여 어떤 사물이 나타났는가 하면 금방 지나가 버리가 버리고 다른 것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 새로 등장한 것도 또한 곧 사라져 버리고 말 것이다. 인간이란 얼마나 무상하며 하찮은 것인가. 눈여겨보라. 어제까지만 해도 태아이던 것이 내일이면 뻣뻣한 시체나 한 줌의 재가 되어 버리니, 네 몫으로 할당된 시간이란 그토록 짧은 것이니, 이치에 맞게 살다가 즐겁게 죽어라. 마치 올리브 열매가 자기를 낳은 계절과 자기를 키워 준 나무로부터 떨어지듯."
120p.
순간, 나는 "봄은 다시 일어서는 것"이라고 읊은 어느 시인의 시구를 떠올렸다.
"그렇다. 봄은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꽃피우고야 하믐 저 먼 곳으로의 향함이다."
20년 전 그날의 수첩에 적혀 있는 나의 짧은 메모이다.
128p.
일찍이 시인 지훈은 창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창 앞에 앉아서 초승에서 그믐까지 지는 달을 빠짐없이 보는 사람은 떄로 감정의 원시림에 의지의 도끼날이 얼마나 무딘가를 깨달을 것이요, 또한 창 앞에 앉아 먼 산 위로 떠올랐다가 이내 끝없이 흘러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는 이는 그 푸른 하늘에서 나서 자라고, 마치내 돌아갈 고향을 찾을 수도 있으리라."
191p.
맥주를 소주 잔 하나에 받아 마시고 취했다는 선생님도 있다.
사연인즉, 그 선생님이 산간벽지 학교에 부임해서 어느 달 담임을 맡고 있는 학생들의 가정을 방문하다 보니 한 가난한 집에서 맥주를 내놓더라는 것.
그런데 잔이 소주잔이라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의 어머니가 술을 따르려다가 거품이 일자 어쩔 줄 몰라 하며 이렇게 말하더라고 했다. 지난 장에 가서 선생님께 대접하련다고 가장 좋은 술을 달라고 하자 이 술을 주어서 샀는데 웬 거품이 이렇게 나는지 모르겠다고.
228p.
헤르만 헤세가 말했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인생의 보물 창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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