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건넨 그 편지의 가장 마지막에는, 곧 갈테니 조금만 기다려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지금에 그 마지막 말은, 당시의 의미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체 각진 형상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글자와 함께 새겨졌던 그 의미들과 마음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건지. 무엇이 이같은 껍데기들만 남게 했는지 탄식이 터져 나온다.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있었고 너무나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언제나 그대로이길 바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욕심일까? 자신만의 삶을 살기를 바랐다. 쉽게 물들어가지 않기를 바랐다. 지금에 와서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었음을, 자신의 모습이었음을.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막으려했음을. 그리하여 되려 질책하고 나무랐던 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돌이켜 본다. 오늘도 이렇게 상심한채 우두커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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