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앉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벤치라고 불리는 길다란 의자들. 그들은 공원의 산책길을 따라 줄지어 있기도 했고 드물게는 도심속 차도와 인도의 가장자리에 위치하기도 했다. 물론 공중화장실 앞이나 지하철 승강장 따위에서도 어김없이 볼 수 있지만 그것들에선 녹슨 냄새가 날 것 같았다. 적어도 흙 덮인 땅 위에 있어서 발을 옮길 때마다 사박거리는 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 혹 벤치를 둘러싸고 나무와 풀들이 자라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곳은 때에 따라 그늘이 되고 향이 나기도 하며 낙엽과 눈 따위가 지천으로 깔리기도 할 것이다. 그곳은 이미 하나의 공간이 되어 새로운 이름을 붙여줌에 부족함이 없다. 완벽에 가까운 공간은 이제 자신의 빈자리를 조명하기 시작한다. '당신이 와서 앉기만 하면 완벽해'라고 말하며 보는 이를 매혹한다. 나는 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다가 이같은 공간들에 수없이 멈춰섰다. 하지만 매번 빈자리는 너무도 커 보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