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마지막 날이다. 기온은 정도 없이 치솟고 햇볕은 뜨거워졌지만 여전히 옷을 갈아입지는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듯 주춤히 선 모습은 수직의 막대처럼 계절의 변화를 더욱 뚜렷이 할 뿐이다. 다행히도 최근 며칠간은 비가 내렸고 그 때문인지 조금은 선선한 바람이 분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주위의 풍경들은 꽤 또렷해졌지만 멈칫하는 순간들은 늘어났다. 하루의 일상은 노래와 피아노가 전부다. 하지만 그것들에 감히 몰두하지 못한다. 그래, 까놓고 말해 노래를 부르는데 돌연 네가 소재素材가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건 너무나도 큰 공포였다. 나는 노래를 중단해야만 했다. 몇 번이고 그곳에서 널 배제하려 했지만 그건 내가 노래하는 이상 불가능한 것임을 알게 됐다. 가려진 너를 노래하는 건 지나간 너를 기억하는 것과도 같았다. 나는 그것이 끔찍하게도 싫다.
늘 그래왔듯 서있는 곳은 또다시 길목이다. 날은 연이어 뜨거워질 테고 해가 진 뒤의 시간도 더이상 그늘이 되어주진 못할 것이다. 짧아진 봄을 따라 장마 또한 조금 앞당겨질 수 있을까? 이 여름의 장마만이 조금의 유예를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