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ginner's Original Soundtrack - 11. Beginner's Theme Suite |
본 지도 한참이나 된 영화와 그 영화의 음악들이 떠오르는건 왜일까. 아무렇지 않게 이어지던 일상들이 눈앞에서 박살나고 정체되고 엉망진창이 되어 간다. 이명처럼 귓가를 윙윙대는 소리에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고 환경미화원의 바닥긁는 소리에조차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틀 밤을 지샌 뒤 찾아오는 격양된 세계처럼 전신에는 바늘이 돋아나고 거리는 터지기 직전까지 부풀어 있다. 현관의 거울로 비쳐오는 모습은 깨뜨려버리고 싶을 만큼 보기 싫은 것이다. 잠시라도 좋으니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싶다.
다행히도 술과 함께 잠이 들었었다. 깨어나려 할 때면 끝없이 세뇌하며 깨지 않으려 했다. 오랜시간이 지나고 깨어났을 때 머리는 맑아졌고 날은 밝아 있었다. 허나 어김없이 밤은 찾아오고 잠들어 있던 모든 것은 다시 일어설 것이다. 난 결코 지금의 순간들을 즐기고 있지 않다. 모든 것이 단 하나의 점으로 수렴하는 이 때에 그 점을 잃는다면 나는 그 모든 것들과 함께 소실되고 말 것이다. 지금의 나날은 그러한 존재적 불안의 지속이다. 움켜잡고 싶지만 너무나도 희미하고 작은, 말이 없는 단 하나의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