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부산에는 바다가 있다. 그럼에도 아마도 삼 년 정도 바다를 보지 못했다. 바다가 그리울 때면 항상 일들은 진행되고 있었다. 바다가 미칠듯이 보고싶을 때는 되려 가지 않았다. 그건 퇴폐에 가까운 것이었기에 스스로 두려웠다. 군대 간 친구들의 페북에서 '자살'이라는 단어를 볼 때면 그걸 써놓은 놈들을 줘패버리고 싶었다. 이는 차가운 귓속말처럼 약해진 이를 이끌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내겐 '바다'가 꼭 그와 같았다. 나의 모든 것을 껴안는 영원한 안락일 것만 같았다. 애써 바다를 외면하게 하는 건 내 속 어딘가 존재하는 생의 의지였다.
예전에는 엎어지며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참 좋았다. 조금 더 큰 파도가 밀려와 조금 더 강하게 부딪치고 조금 더 큰 소리를 내주길 바랐다. 온몸으로 강하게 부딪쳐 오는 것이 좋았다. 이번 바다에 갔을 때는 조금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밀려온 파도가 힘을 다하고 다시금 빠져나갈 때, 바로 그때의 지글거리는 소리, 그 소리가 참 좋았다. 방금 막 마개를 딴 탄산음료의 기포를 닮은. 실상은 밀려온 물들이 바닥의 모래 틈으로 빨려가는 것이겠지만 그보다는 부유浮遊하고, 끝없이 떠올라 증발해버리는 상상을 하게 되는. 귀를 간질이는 가벼운 쾌감을 느꼈다.
집으로 내려오며 처음에는 혼자서 밤바다를 보러갈 생각이었다. 어쩌다보니 부모님과 함께 저물녘에 바닷가를 거닐게 됐다. 오후에 거니는 바닷가는 바람은 시원하면서도 풍경은 따뜻했다. 모래는 부드러웠고 아이들은 이미 차가워진 물속에 발을 담그며 즐거워하고 때때로 연을 날리기도 했다. 바다와 육지가 맞닿은 곳은 참으로 정결淨潔했다. 끊임없이 서로를 드나들며 어우러지고 불필요한 흔적들을 지워나갔다. 둘은 비록 섞이진 않았으나 참 잘 어울렸다. 후에 잘 지내보고 싶은 이가 생기면 바닷가에 꼭 한 번 데려와야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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