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거나 혹은 애니메이션, 뮤지컬을 본 뒤면 버릇처럼 그 작품의 삽입곡을 찾아듣는다. 더구나 느낌 좋은 작품이었다면 신발을 벗어던지고 들어와 탐하듯이 찾아듣는다. 조금 전에도 그렇게 버릇처럼 한 작품의 삽입곡을 틀어놓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것저것 뒤적거리다 그 사람의 글을 읽게 되었다. 그리 길지 않은 글이었지만 꽤 긴 호흡들에 다 읽는 데에 십 분 정도 걸렸다. 조금의 하강이 있었지만 부드러운 글이었다. 그런데 글을 다 읽어갈 때쯤이었다. 틀어놓았던 음악들이 갑자기 새삼스레 너무나도 아름답고 좋은 것이었다. '참 예쁜 곡이다-' 하며 평소 그러하듯 따로 빼두었다. 그렇게 그 사람의 글이 모두 끝났고, 나는 잠시 여운에 잠겼다가, 또 다른 생각도 잠시 하다가, 그리고 귤도 하나 까먹다가 조금 전 따로 빼두었던 그 음악이 떠올랐다. 그 좋았던 음악 한 번 더 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한껏 들떴다. 그런데 왜. 대체 이게 뭐지? 이게 정말 조금 전의 그 곡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분명 이 제목이 맞는데. 분명 그 곡인데. 그런데도 그 곡이 절대 아니다. 아- 그때서야 알았다. 그 사람의 글이 들려오는 음악마저 그토록 아름답게 이끌었음을. 그만큼 강하게 나를 쥐고, 강하게 나를 이끌고 있었음을. 음악이 글을 이끄는 것은 숱하게 봐왔으나 이토록 글이 음악을 강하게 이끌었던 적은 없다. 그게 아닌 줄 알았는데 난 여전히 사로잡혀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