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다섯손가락도 이제 끝을 향해 달린다. 어찌 예전 나쁜남자와 꼭 같은 결말이다. 인간에게 소속감이란 치명적인 것으로 보인다. 학습된 것도 아니며 본능적으로 구求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발원이 대체 어디일까 생각해보니 잉태의 과정을 겪는 포유류라는 것에 닿았다. 알에서 부화한 종들은 조금 다를 것이라 예상한다.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생명의 논의에서 그러한 분류는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알이 가져다 주는 '독립'의 이미지는 너무도 강하다. 혹 양서류와 포유류 동물들의 특성에 관해 알아보면 의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손가락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내가 생각하는 자연스런 결말이란 이런 것이다. 유인하는 결국 채영랑을 버리고 집에 불을 지른다. 그러나 이내 채영량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낸 불길 속으로 뛰어든다. 뒤늦게 도착한 유지호는 채영량과 유인하를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든다. 셋은 불길 속에서 만났으나 거세진 불길에 탈출이 불가능함을 알았다. 그들은 다가올 죽음을 받아들이고 초연해졌으며 비로소 화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 나의 어머니 채영랑, 나의 동생 유인하, 나의 형 유지호, 그리고 나의 아들 유지호·유인하. 그들은 서로를 껴안고 집은 불타 내려앉는다. 불길이 사그라들쯤 비가 내리고 잿가루조차 가라앉는다. 그들의 묘는 유만세의 묘지 옆으로 나란히 들어선다. 홍다미의 가족은 그들을 용서하며 이제는 행복한 가족으로 지낼 수 있기를 빌어주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결말이다. 난 이 드라마에서 화재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재災에 대해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으나 화재라는 것은 무척이나 매혹적이었다. 소진한다는 것, 소멸하고 극치에 달한다는 것, 그러한 매혹의 모습 바로 그 자체가 화재였다. 이 드라마의 감정이 극한으로 치닫는 순간들에는 피와 화재가 등장했다. 그렇기에 마지막 또한 화재로써 끝맺음을 한다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피는 하늘의 비로 대신한다면 참 좋을 것이다. 작가는 어떠한 결말을 보여줄까. 생각지 못했던 결말이었으면 좋겠다.
'편지 > 斷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꼬대 8 (0) | 2012.12.30 |
---|---|
심장박동 (0) | 2012.12.15 |
고향의 바닷가 (0) | 2012.11.20 |
잠꼬대 7 (0) | 2012.11.14 |
뒤돌아서 섬뜩할 때 (1) | 2012.11.06 |
잠꼬대 6 (0) | 2012.11.03 |
변덕이거나 돈오(頓悟)이거나 (2) | 2012.10.06 |
잘못 걸려 온 전화로 만났다 (3) | 2012.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