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상태는 소강小康에 가깝다. 안이 굉장히 소란한 것도, 완전히 고요한 것도 아니며 '잠시 그쳤다'는 말이 그나마 가장 어울린다. 휑하거나 진공의 상태도 아니다. 빗속의 우산 아래에서 느끼는 적요함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많은 것들이 있으나 그들로 인해 어지럽지는 않다. 그들을 무시하기 때문은 아니다. 분명 그들 전부를 의식하고는 있다. 중요하다고도 생각하고 있다. 크게 느껴지는 것들도 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뭔가, 분명 뭔가가 없다, 혹은 뭔가가 아슬하다. 애매모호한 것과 애매모호하지 않은 것의 경계. 그 뚜렷한 경계가 존재한다면 난 그 경계선線 위에 서 있을까, 혹은 경계면面 그 자체로 누워있을까. 무슨 지랄맞은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한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한 것이다. 당분간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해가 바뀌는 시기에 생각이 맞물려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해는 바뀔테고 나는 2013년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지금의 이것도 어떻게든 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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