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네가 모든 걸 잃었고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
너 자신이 머리를 똑바로 쳐들 수 있다면,
만일 모든 사람이 너를 의심할 때
너 자신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기다릴 수 있고
또한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
거짓이 들리더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으며
미움을 받더라도 그 미움에 지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너무 선한 체하지 않고
너무 지혜로운 말들을 늘어놓지 않을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꿈을 갖더라도
그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또한 네가 어떤 생각을 갖더라도
그 생각이 유일한 목표가 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인생의 길에서 성공과 실패를 만나더라도
그 두 가지를 똑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왜곡되어 바보들이 너를 욕하더라도
너 자신은 그것을 참고 들을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너의 전생애를 바친 일이 무너지더라도
몸을 굽히고서 그걸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한번쯤은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걸 걸고
내기를 할 수 있다면,
그래서 다 잃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네가 잃은 것에 대해 침묵할 수 있고
다 잃은 뒤에도 변함없이
네 가슴과 어깨와 머리가 널 위해 일할 수 있다면,
설령 너에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다 해도
강한 의지로 그것들을 움직일 수 있다면,
만일 군중과 이야기하면서도 너 자신의 덕을 지킬 수 있고
왕과 함께 걸으면서도 상식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적이든 친구든 너를 해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모두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되
그들로 하여금
너에게 너무 의존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네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1분간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60초로 대신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세상은 너의 것이며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자혜로운 듯 하면서도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쏘아붙인다. 이 시를 인상깊게 읽었노라고, 나를 굉장히 몰아붙여 숨쉬기가 곤란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혹 옆에서 나를 다그쳐 줄 누군가를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어왔다. 그러한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으나 그 말을 듣고 나니 그러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끊임없이 자신을 뒤돌아 본다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어 때로는 누군가의 꾸짖음이 그립기도 하다. 가끔은 어리광을 부려봤으면. 시인은 중용을 말하고 의지를 말한다. 치우치지 않음. 유연함. 강인함. 더 하고 싶은 말도, 빼고 싶은 말도 없을 만큼 잘 짜여진 올가미가 보인다. 가끔은 나도 내기를 하고 싶다. 쌓아올린 모든 것을 걸고 '올인' 하고 싶다. 차곡차곡 쌓아온 것들,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난공불락의 성을 쌓지는 않겠다.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성은 되려 감옥이 되기도 한다. 정말로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자. 무모함을 대담함으로 바꾸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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