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마음의 길을 따라
한결같이 걸어온 겨울 정오
돌아보니 고비마다 굽은 길이네
한결같은 마음은 없어라
시공을 초월한 곧은 마음은 없어라
시간과 공간 속에서 늘 달라져온
새로와진 첫마음이 있을 뿐
변화하는 세상을 거슬러 오르며
상처마다 꽃이 피고 눈물마다 별이 뜨는
굽이굽이 한결같은 첫마음이 있을 뿐
고 2 여름방학이 끝나갈 즈음 '하고싶은 일'이라는 것이 생겼다. 그 전에도 하고싶은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센 감정이 일었다. 그러나 여러가지 요인들로 인해 '그 일'을 할 수 없었다. 그 이후로 이를 대체할 만한 다른 일들을 찾아다녀야 했다. '하고싶은 일'이란 놈은 너무나도 강하게 나를 이끌었기에 나를 다잡아 줄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다.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이를 위해 선택한 첫 번째 것도, 두 번째 것도 그 다음도 모두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이들은 내게 동기부여를 하지 못했다. 그렇게 몇 번을 포기하게 되었을 때 잠시 멈춰서게 되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다보았다. 지난 시간동안 지나온 길들이 보였다. 길들은 정처 없이 헤매는 자의 발자국처럼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겨울 새벽 입김 가득한 한숨이 나왔다. 회의가 들었다. 정말 주위에서 말하는 것처럼 난 변덕스러운 사람인가. 변덕스럽기에 어디 한 곳 정착하지 못하고 이렇게 옮겨다니는 건가.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자괴감을 느끼게 되었다. 더이상 또다른 일을 찾을 의지도 힘도 없었다. 지나온 길들이 '넌 변덕스러워'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러한 시간 속에서 이 시를 만났다. 눈물이 났다. 내게 최고의 위안을 주었다. '그래, 한결같은 마음은 없다' 잠시 잊고 있었다. 무엇이 목적이며 무엇이 수단인지를. 분명 나의 목적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그건 행복하게 살고싶다와 같은 매우 추상적이고 높은 곳에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찾고 선택하고 포기한 것들, 그 모든 것들은 목적 아래 수단에 불과했다. 애초에 '하고싶은 일'을 했다면 그 일은 목적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고,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은 수단에 불과했다. 내게 수단이란 얼마든지 쉽게 대체될 수 있었다. 허나 사람들의 눈에 보이고 들리는 것은 수단에 대한 나의 태도와 행동이고 그들은 이에 대해 왈가왈부했다. 그들의 말들이 얼마나 강하게 나를 쏘아붙였는 지 하마터면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모두 목적이며, 나는 너무나도 쉽게 목적을 바꾸는 사람이라고 착각할 뻔 했다. 변덕스럽기에 정착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목적에 부합하지 않기에 떠난 것 뿐이다. 지금은 또 조금 다른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지만 이 시를 만나게 되고 또 한 번 다른 일을 찾으러 떠날 힘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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