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도는 기형인 채 태어났다. 미숙한 기술과 공상의 산물로서. 정확한 도면을 그리고 싶다는 한없는 꿈을 향해 측량 기사의 정열은 받들어지고 있다.
ㅡ지리학적인 세계의 파악.
아름다운 인식에 홀린 남자들이 자부심을 갖고서 남긴 불완전한 세계도면, 부족한 대륙, 하늘을 관통하는 거대한 산맥, 상상력이 무너진 해안선.......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나는 미소 지을 수가 있다. 세계는 이곳에 충만되어 있다. 그리고 세계는 이곳에 다 들어가지 못했다.
2
사방 1미터의 최신판 세계지도를 펼치고 우선 대륙 부분을 오려 내 주세요. 다음에 큰 섬 부분을 오려내고 차례차례 작은 섬들을 식별 간으한 한 오려 내 주세요. 그리고 대륙 부분과 섬 부분의 국경선을 따라 각각의 '국가'를 오려서 분리해 주세요 (이때 잘못해서 국경을 침범해서는 안 됩니다.) 남은 해양 부분에 대해서는 마음대로 오려 내도 괜찮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조각들을 상자에 넣고 잘 휘저어 주세요. 세계지도 지그소퍼즐이 완성됩니다.
3
인생의 어떤 가치에도 속하지 못한 헛수고, 라는 것이 있다. 다시 조립된 지도를 바라보면서 나는 무정부 상태에 빠져 간다. 잘 완성된 것에 의해 꿈은 색채를 잃어버렸던 것이다. 철저히 관리되어 버린 지상, 지도는 이미 정밀한 조각이 되어 버렸다?
아니 세계는 조각으로서 영유되어 버렸던 것이다.
4
지도 위를 새가 건너간다
찢어진 하늘을 봉합하는
새의 날개짓
그러나 응시했을 때
새는 이미 없다
(스무 장의 지도를 기억하는 컴퓨터를 탑재하여, 전파고도계와의 연동에 의해, 1천 킬로미터를 착탄 오차 10미터 이내)
미사일은 지도를 읽으며
날아온다
5
꿈의 축적, 세계를 읽기 위한 기호로 가득 차 있어, 지도는 내 영혼을 줄곧 흔들었다. 하지만 세계가 한 장의 종이 위에 왜소화되어 버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아직 등신대의 세계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
(시인에게 남겨진 마지막 할일이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완성된 기술과 미숙한 사고의 산물,
지도는 지금도 기형인 채로다.
'예술 > 文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녁의 습격 - 허연 (0) | 2012.09.01 |
---|---|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구요? - E.B. Browning (0) | 2012.08.22 |
비탄 - Edna St. Vincent Millay (0) | 2012.08.22 |
이 세상이 쓸쓸하여 - 도종환 (1) | 2012.08.19 |
바다 위를 걷는 것들 - 허연 (0) | 2012.08.15 |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 - 용혜원 (0) | 2012.08.13 |
발라드 - Wislawa Szymborska (0) | 2012.08.08 |
가을에 - 김정환 (0) | 2012.05.27 |